의문 풀리지 않는 이희진씨 부모 살인사건

피의자 A씨와 공범 3명 서로 "내가 안했다"
母 자택, 父 평택에 따로 옮긴 이유도 의문
2천만원 안 갚아 3명 고용한 것도 설명안돼
경찰, "내주까지 수사 마무리하고 檢 송치"

‘청담동 주식 부자’ 이희진(33)씨의 부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 김모(34) 씨가 20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출석을 위해 경기도 안양동안경찰서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청담동 주식 부자’ 이희진(33)씨의 부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들이 혐의를 부인하며 사건은 진실공방으로 번졌다. 경찰은 다음 주 중 수사를 마무리할 예정인데 아직까지 풀리지 않는 의문들이 곳곳에 남아있다.

23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 사건의 주범격인 김모씨가 경찰 진술을 통해 이희진씨 부모를 살해한 혐의를 모두 부인한 데 이어 사건의 공범 3명 중 한명인 A(33)씨도 “우리는 하지 않았다”며 “억울하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당일 밤 중국 칭다오로 달아난 A씨는 지인에게 중국 메신저인 위챗을 통해 국내에 있는 지인에게 이같이 말했다. 또 A씨는 “경호 일을 하는 줄 알고 갔다가 일이 벌어졌다”며 “생각지도 못한 사건이 발생해 황급히 중국으로 돌아왔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중국으로 도망친 A씨를 비롯한 중국 동포 3명을 고용한 김씨는 이희진씨의 부모를 공범들이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집에 침입해 피해자들을 제압하려는데 저항이 심했고, 갑자기 공범 중 한명이 남성(이씨의 아버지)에게 둔기를 휘두르고 여성(이씨의 어머니)의 목을 졸랐다”며 “나는 죽이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그런데 공범 A씨마저 혐의를 부인하자 사건이 점점 미궁에 빠지게 된 것이다. 경찰은 현재 검거된 피의자 김씨 1명의 진술 하나에 주로 의존해야 하는데 그가 본인이 불리한 부분에선 진술을 거부하거나 신빙성 떨어지는 말만 하고 있어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들이 있다.

우선 이희진씨 부모를 살해한 사람이 누구인지 외에도 아직 밝혀지지 않은 의문점이 나온다. 이씨 부모를 살해한 현장은 경기도 안양 이씨 부모의 자택이었지만, 이씨 어머니는 자택에서, 아버지는 경기도 평택의 한 빈 창고에서 각각 발견됐는데 그 이유가 밝혀지지 않고 있다. 또 피의자 김씨가 이씨의 부모를 처음에 어떻게 알게 됐는지, 그리고 범행동기에 대해서도 명확히 알려진 게 없다. 김씨는 범행동기에 대해 “이씨의 아버지에게 2,000만원을 빌려줬는데 받지 못해 그랬다”지만 단순히 2,000만원 때문에 3명을 고용한 것도 석연찮은 점이다.

부모가 피살돼 장례 절차를 위해 일시적으로 구속 상태에서 풀려난 이희진씨가 20일 오전 경기도 안양의 한 장례식장에서 발인을 마치고 장지로 이동하기 위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아울러 김 씨와 공범 3명 등 일당이 살해 직후 자택에서 훔친 5억원의 돈 가방의 행방 및 어디에 돈이 쓰였는지 등도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있다. 당초 김씨는 공범들이 5억원 중 대부분인 4억원 가량을 가져갔다고 주장했지만 진술에서 7,000만원 정도만 가져갔고, 나머지 3억8,000만원은 본인이 가져갔다고 진술을 번복해 신빙성이 떨어진 셈이다. 이 가운데 2억5,000만원 가량을 김씨 모친이 지난 21일 경찰에 자진출석해 반납하고 참고인 조사도 받았다.

끝으로 김씨가 이씨 부모 살해 후 이씨의 동생을 만난 이유에 대해서도 정확히 조사된 게 없다. 김씨는 범행 후 이씨의 어머니인척하며 이씨 동생에게 카카오톡 문자를 보내 만나자고 해 만남을 가졌다. 하지만 그 만남이 어떻게 진행됐고 어떻게 마무리됐는지에 대해선 드러난 게 없다. 경찰은 이씨 동생이 고급 차량을 처분해 갖고있는 10억원을 노려 추가범행을 저지르려 접촉을 시도했다고 보고있으나 김씨는 “이씨 동생에게 부모 살해 사실을 털어놓고 사죄하려고 만났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내주 검찰 송치 전까지 김씨를 추궁하고 수사를 이어가 남아있는 의문을 모두 풀어낸다는 입장이다. 한편 중국으로 도망친 공범 3명에 대해서 경찰은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해 중국 공안이 A씨 등 3명의 신병을 확보하면 국내로 송환하겠다는 계획이다.
/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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