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희 의원, 황창규 'KT로비사단' 명단 공개

정치권 인사·고위공무원·군장성 등 망라
지급된 자문료만 20억원..KT직원은 '몰라'
업무상 배임 및 제3자 뇌물교부죄 가능성

KT(030200)가 황창규 회장 취임 이후 정치권 인사와 군·경찰, 고위 공무원 출신 등으로 구성된 일종의 ‘로비 사단’을 만들어 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들에게 지급된 자문료만 20억원에 달한다고 지적하고 황 회장 취임 이후 위촉된 ‘KT 경영고문’ 명단을 공개했다.

이 의원실이 확보한 명단에 따르면 KT가 ‘KT 경영고문’으로 위촉한 인사들은 정치권 6명, 퇴역 장성 1명, 전직 지방경찰청장 등 퇴직 경찰 2명, 고위 공무원 출신 3명, 업계 인사 2명 등이다. 이 의원실은 “이들의 자문료 총액은 약 20억 원에 이른다”며 “이들은 KT 퇴직 임원이 맡는 고문과는 다른 외부 인사로 그동안 자문역, 연구위원, 연구조사역 등 다양한 명칭으로 세간의 입길에 오르내렸다. 이번 명단 공개로 실체가 더 분명해졌다”고 강조했다.

황창규 KT 회장이지난 2017년 3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명단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친박 실세로 꼽히는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의 측근은 3명이나 위촉됐다. 이들은 각각 홍 의원의 정책특보, 재보궐선거 선대본부장, 비서관을 지냈다. 위촉 당시 홍 의원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현 과방위) 위원장이었다. 2016년 8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KT 경영고문으로 활동한 남 모씨는 박근혜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과 18대 대선 박근혜 캠프 공보팀장을 지냈다. 17대 국회 과방위 위원을 지낸 박성범 전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의원은 2015년 9월부터 2016년 8월까지 매월 517만원을 받고 KT 경영고문으로 활동했다. 2015년 1월부터 2017년 1월까지 활동한 이 모씨는 경기도지사 경제정책특보 경력을 발판으로 KT에 영입됐다. 정치권 출신 고문들은 매달 약 500만~800만원의 자문료를 받았다.


군 공무원 출신 고문들은 정부 사업 수주에 동원된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의원실은 “2016년 KT가 수주한 ‘국방 광대역 통합망 사업’ 입찰 제안서에 경영고문 남모씨가 등장한다”며 “국방부 사업 심사위원장은 남 모씨가 거쳐간 지휘통신참모부 간부였다. 이때문에 당시에도 KT가 남 모씨를 내세워 750억원짜리 사업을 수주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고 했다. 남 고문은 합동참모본부 지휘통신참모부장, 육군정보통신학교장 등 군 통신 분야 주요 보직을 거친 예비역 소장 출신이다.

자료:이철희 의원실

KT와 직접적 업무관련성이 있는 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국민안전처, 행정안전부 고위공무원 출신도 경영고문에 위촉됐다. 이들은 2015년 <긴급 신고전화 통합체계 구축 사업>을 비롯한 정부 사업 수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물로 분류된다. 경찰 출신 고문은 사정·수사당국 동향을 파악하고 리스크를 관리해줄 수 있는 IO(외근정보관) 등 ‘정보통’들로 선별 됐다.

이 의원실은 “KT는 경영고문 활동 내역을 제시하지 못했다”며 “KT 직원들은 물론 임원들조차 이들의 신원을 몰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식 업무가 없거나 로비가 주업무였던 셈”이라며 “실제 경영고문이 집중적으로 위촉된 2015년 전후는 △유료방송 합산규제법 △SK브로드밴드-CJ헬로비전 합병 △황 회장의 국감 출석 등 민감 현안이 많았을 때”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실은 황 회장이 막대한 급여를 자의적으로 지급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점에 비춰 업무상 배임 및 제3자 뇌물교부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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