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채의 장단기 금리 역전으로 주식시장이 급락한 지 하루 뒤인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미국 국채의 금리 역전은 경기둔화로 인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년에 금리 인하 압력을 받기 시작했다는 시장의 관점이 반영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미 경기둔화가 생각보다 빠르게 찾아올 수 있고 이로 인해 연준이 올해 기준금리를 동결한 데 이어 내년에는 금리를 낮출 가능성마저 있다는 뜻이다.
22일 미국의 장단기 금리 역전은 이날 발표된 여러 경제지표들의 부진과 맞물려 가뜩이나 불거지던 글로벌 경기둔화에 대한 시장의 우려에 불을 붙였다. 이날 나온 미국의 3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2.5로 전달의 53에 비해 하락했다. 서비스 PMI는 56에서 54.8로 떨어졌다. 미국뿐이 아니다.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의 3월 PMI는 51.5를 기록해 약 6년 반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소식에 10년 만기 독일 국채 수익률은 지난 2016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0.02%)로 전환했다. 유로존의 PMI 3월 예비치(51.3)도 2월(51.9)보다 떨어졌다. 스파르탄캐피털증권의 피터 카르딜로 수석 마켓이코노미스트는 “여러 요인들이 초래하는 우려가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며 “‘R(Recession·침체)의 공포’가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에 ‘벤치마크’인 10년물 미 국채 수익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이후 처음으로 3개월물 수익률을 밑돌자 시장은 크게 동요했다. 역사적으로 경제가 불황 국면에 진입하기 전마다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일어난데다 주요 경제기관들이 이르면 내년부터 경기둔화가 가시화할 것이라는 경고를 쏟아내 왔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경기침체 시기가 예상보다 더 빨라질 가능성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TD증권의 미국 금리 전략가인 겐나디 골드버그는 “금리 역전은 6개월 또는 2년 뒤에 올 경기 침체를 예고해준다”며 이르면 올 하반기 침체 진입 가능성을 경고했다. 미 경제매체 CNBC도 “경기침체가 올해 말로 앞당겨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조업 침체와 경기둔화 우려가 불거지면서 뉴욕 증시의 3대 지수는 물론 국제유가도 급락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5월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일보다 배럴당 1.01달러(1.68%) 떨어진 59.97달러를 기록했다. 5월분 북해산 브렌트유도 79센트(1.16%) 하락한 67.07달러에 거래됐다. 케시 존스 찰스 슈와프 수석 전략가는 “시장이 세계 경제의 성장을 우려한다는 명백한 신호”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금리 역전에 큰 의미를 둬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연준이 금리 동결을 공식화하며 ‘슈퍼비둘기’를 날린 것이 원인이 된 현상이라는 것이다. 존 힐 BMO 캐피털 마켓 미국 금리 전략가는 “시장은 향후 10년간의 금리가 지금보다 더 낮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이는 연준의 비둘기파적인 행동과 계속되는 글로벌 경기침체의 우려가 합쳐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장기 저금리로 인해 유동성이 과도하게 공급되면서 국채 수익률이 왜곡된 상황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최근 시장이 지나치게 비관론에 빠졌다는 진단도 나온다. 뉴욕 소재 인베스코의 크리스티나 후퍼 수석 글로벌마켓 전략가는 “세계적으로 경기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은 맞지만 미국의 경기침체가 임박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 역시 “미국의 경기둔화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침체 우려는 지나치다”고 평가했다. 연준은 최근 미국의 올해 성장률을 2.3%에서 2.1%로 낮췄지만 2%대의 꾸준한 성장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때문에 시장은 미국 장단기 국채의 향후 추이와 함께 앞으로 나올 경기지표를 더 지켜봐야 향후 미국 경제의 방향을 정확하게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가장 우려하는 것은 수익률 역전현상이 지속되는 것”이라며 “일정 폭의 역전 현상이 수일 이상 지속된다면 미 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신호가 될 것”이라며 “역전 현상을 무시하는 것은 실수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