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준 "가을사나이? 사계절 잘해야죠"

■ KPGA 투어 MVP 이형준 인터뷰
작년 꾸준함으로 대상 포인트 1위
통산 네차례 우승 중 3승 가을에
"겨우내 상황별 맞춤 구질 열공
올해는 봄부터 우승 향해 승부수
아직 못해본 상금왕이 최종 목표"

이형준이 드라이버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겨우내 부지런히 운동해 상박이 눈에 띄게 굵어졌다. /사진제공=타이틀리스트

대상(MVP) 수상과 홀인원, 결혼에 득남까지.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8년차를 맞는 이형준(27·웰컴저축은행)은 지난 한 해 경사가 겹치고 또 겹쳤다. 17개 대회에서 컷 탈락 없이 준우승 두 번, 3위 두 번의 꾸준한 성적으로 시즌 누적 대상 포인트 1위에 올랐다. 단란한 가정도 꾸리고 튼튼한 아들도 얻었다. 홀인원으로 1억3,000만원 상당의 부상을 받은 뒤 당장 4,500만원을 기부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근 한 골프장에서 만난 이형준은 “우승 없이 대상을 타 그에 대한 아쉬움을 얘기하는 분들도 많지만 제 생각은 다르다”며 “꾸준히 성적을 냈기 때문에 좋은 상을 받았다는 생각이다. 아쉬움이 남지 않을 만큼 필드 안팎에서 다 좋았던 시즌”이라고 돌아봤다.


이형준은 ‘가을 사나이’로 불린다. 통산 네 차례 우승 중 3승을 가을에 올렸고 지난해도 가을에 잘했다. 2주 연속 준우승으로 막판 뒤집기에 성공하며 MVP 보너스 1억원과 제네시스 G70 승용차를 챙겼다. 국내 대표 강자로 우뚝 선 뒤 새 출발선에 선 이형준은 “가을 사나이도 좋지만 올해부터는 계절을 가리지 않는 사나이라는 얘기를 듣고 싶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KPGA 투어는 이제 편안한 느낌이 든다. 잘 안 풀릴 때도 결국 잘 될 거라는 자신감 같은 게 생겼다”는 설명이다.

7년의 투어 경험과 타이틀 획득도 자신감의 근거지만 그것보다는 ‘열공’ 효과를 잔뜩 기대하는 눈치다. 이형준은 “대회가 몇 주 연속으로 계속되면 꼭 가장 중요한 3라운드 때 힘에 부친 나머지 경기를 망친다. 그동안은 알면서도 매번 보완에 실패했는데 올해는 느낌이 썩 괜찮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예전에는 하지 않던 스윙 공부를 겨울 동안 많이 했다. 열살 때부터 저를 봐온 코치님과 상황별 맞춤 구질에 대한 공부를 열심히 했다”며 “동영상을 많이 보고 다양한 실험들을 해보는 과정에서 생각이 늘고 발전한 느낌”이라고 했다.

이형준이 드라이버 샷 피니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타이틀리스트

이형준은 2017년 6월부터 컷 탈락이 한 번도 없다. 30개 대회 연속 컷 통과로 역대 최장 기록을 보유 중이며 다음 달 18일부터 열릴 개막전으로 기록 행진을 이어갈 참이다. 이같이 꾸준함이 최대 강점이면서도 유독 봄에는 약했다는 그는 “올해는 4, 5월 대회부터 승부수를 띄우겠다”고 강조했다. “봄에 워낙 안 풀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눈높이가 컷 통과에 맞춰지더라고요. 올해는 느낌도 괜찮고 하니 첫 대회부터 우승을 바라보고 공격적으로 밀어붙여 보려고 합니다.”

시즌 최종 목표는 “아직 못 해본 상금왕”이다. 이형준은 지난 시즌을 상금 4위(약 3억6,500만원)로 마쳤다. 어엿한 가장이 된 이형준은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 부담보다는 동기부여로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 “부모님도 이제 일을 안 하셔서 가족 중에 돈 버는 사람이 정말 저 하나뿐”이라는 그는 “아버지가 가끔 장난처럼 ‘우리는 너밖에 없다’고 하시는데 그 말이 부담스럽지 않고 힘이 된다”고 했다. 그는 “시즌 전 연습 라운드를 실제 대회라고 생각하고 진지하게 치르고 있다”며 “철저하게 준비해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드리면 남자 골프도 여자 골프처럼 사랑받는 날이 머잖아 찾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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