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개혁안은 말도 안 됩니다. 검찰도 자체적인 개혁 방향으로 열심히 노력 중입니다.”
김학의·장자연 사건 재조명으로 검찰의 과거 적폐 행태가 다시 도마에 오른 요즘, 서울 서초동에서 검찰 관계자들에게 가장 자주 듣는 말이다. 언뜻 개혁 의지처럼 들리는 이 말에는 모순이 있다. 법무부 산하의 ‘청’인 검찰청이 행정부 수장과도 각을 세울 수 있다는 뜻처럼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과연 예전에 비해 얼마나 달라졌을까. 작은 단서가 있다. 대통령 직속기관인 감사원을 대하는 대검찰청의 최근 태도다. 감사원은 지난해 11월 사상 처음으로 대검에 대해 직접 기관운영감사를 벌인 뒤 총 22건의 위법·부당사항을 발견하고 시정을 요구했다. 특히 대검 검사와 여타 공무원 정원은 각각 50명, 510명에 불과한데도 실제로는 파견 등을 이유로 98명, 622명씩이나 근무시킨 점을 주요 지적사항으로 제기했다. 8개의 임시조직을 사실상 상설로 운영하면서 검찰미래기획단 등 3곳은 임시조직 최장 존속기간인 5년을 넘겼다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4개월이 지난 현재 대검이 후속조치를 이행했는지 확인해봤다. 변한 건 전혀 없었다. 대검 근무 검사 수는 95명으로 여전히 정원의 2배 수준이었고 다른 공무원 수도 감사원 지적 당시와 비슷했다. 검찰개혁추진단을 최근 없앤 대신 지난 5일 ‘서민다중피해범죄 대응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키면서는 전체 임시조직 수도 그대로 유지했다. 그 사이 선임연구관실까지 5년을 넘겨 위법 조직은 4개로 더 늘었다. 감사원의 지적을 어떻게든 시정하려고 아등바등하는 다른 정부 기관과는 전혀 다른 행보다. 검찰에서는 “정식 조직·인원으로 인정받도록 노력하겠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대통령 직속 감사원의 경고도 ‘패싱’하는 검찰이 국민 개개인의 신뢰는 어떻게 얻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검찰 최고 기관 하나의 덩치를 줄이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검찰 전체 개혁은 가능할까. “진보? 보수? 검찰엔 지금도 그런 사람 없어요. 무조건 조직이에요, 조직.” 최근 만난 고위 법조인이 귀띔해준 한마디에 검찰의 바뀌지 않은 현주소가 모두 담긴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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