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거위의 꿈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난 꿈이 있었죠. 버려지고 찢겨 남루하여도 내 가슴 깊숙이 보물과 같이 간직했던 꿈….’

가수 이적이 김동률과 듀엣으로 불러 많은 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준 노래, 거위의 꿈. 이 노래는 가수 인순이가 불러 더 유명해졌다. 폭발적인 가창력에도 혼혈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아온 인순이의 굴곡진 삶이 노래에 투영되면서 더 큰 감동을 안겨주었다.

가끔 이 노래를 읊조려보는데 내게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거위는 날지 못하는 새다. 다른 조류에 비해 지능이 높고 집도 잘 지킨다. 거위의 꿈이란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꿈은 이루지 못하더라도 역경을 이겨낼 수 있는 희망을 주기에 소중한 것이 아닐까. 때로는 꿈이 인생의 나침반 역할을 해서 기적 같은 일이 우리 삶에 찾아오기도 한다.

실제로 인순이는 ‘거위의 꿈’을 이뤘다. 과거를 딛고 일어나 성공한 그의 경험을 다문화 아이들과 나누고픈 마음에서 대안학교를 연 것이다.


나는 공직에 있을 때 그를 우연히 알게 됐고 강원도 홍천에서 다문화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만들려고 뛰어다닌다는 이야기를 듣고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다. 그렇게 지난 2013년 문을 연 해밀학교는 학비가 전액 무료이며 기숙학교로 운영되고 있다. 현실의 벽을 넘어 사랑과 나눔, 실천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인순이의 노래를 들으면서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어가는 한 사람의 힘과 선한 영향력을 되새기고는 한다.

우리 회사도 소외된 이웃에게 손을 내밀고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서 여러 사업을 하고 있다. 그 가운데 ‘행복더함 희망나래 사업’은 전국의 지역아동센터 어린이들에게 통학용 차량을 지원하고 맞춤형 도서관을 짓는 사업이다. 올해로 8년째인데 지난해까지 409곳의 아동센터에 차량을 기증했다. 207곳에 맞춤형 도서관도 만들었다.

사회의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을 돕는 곳이 지역아동센터다. 나는 10년 전부터 관심을 갖고 작은 정성을 보태고는 했는데 한국수력원자력 대표사원으로서 전국 단위의 지원 사업을 하게 돼 가슴이 벅차다.

지난해 11월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카니발 84대를 전달하는 기념식을 했는데 기뻐하는 선생님들과 환하게 웃던 아이들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귀가하고 마음껏 체험학습을 다녔으면 좋겠다. 아동센터의 아이들이 더 큰 꿈과 희망을 키워가기를 응원한다.

꿈을 북돋아 주고 성원하는 일은 가치 있고 행복한 일이다. 개인적으로 이웃의 꿈을 후원하는 일에 마음을 두고 싶다. 우리 회사에도 더욱 적극적으로 사회적 공헌 활동을 하고 싶어 하는 직원들이 늘고 있어 마음이 훈훈해진다. 요즘 들어 별의별 일들이 다 생기고 있지만 어렵고 힘든 상황에 처한 어린이들이 더 많은 거위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더 밝고 따뜻한 공동체로 거듭났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