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믹스, 이대로 좋은가]마을 곳곳 신재생발전…주민들 "악취·소음 진저리, 못 살겠다"

<중>생활권 주변 들어서는 신재생·LNG발전
전력문제 등으로 인구밀집지역에 지어야 효율성 높은데
증기·화재·산사태 우려에 주민 "잠 못든다" 불안감 팽배
"정부, 친환경 내세우며 단점 숨기고 원전위험 과대포장"

강원 강릉시 강동면 안인화력·영동화력발전소 인근 주민으로 구성된 ‘화력발전소 경계 인접마을 주민 대책위원회’가 지난해 11월 28일 강릉시청 앞에서 화력발전소 건설공사 중단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아침에 나와 보면 산 중턱에서부터 내려온 뿌연 안개가 마을을 덮고 있어요. 저게 들어오기 전에는 이런 일이 없었는데…”

24일 포천민자발전소(LNG발전소) 인근 포천 신북면 계류리에서 기자가 만난 김관필(가명)씨의 하소연이다. 김 씨와의 대화 중에도 발전소 굴뚝에서는 희뿌연 연기가 계속해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발전소와 마을회관과의 거리는 2㎞에 불과했다. 25년 넘게 이 마을에 살았다는 김 씨는 발전소를 가리키며 “LNG발전소가 석탄을 태우는 발전소보다는 낫다고들 하는데 유해물질이 아예 안 나오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라며 “안개 속에 고약한 것들이 섞여 있는 것 같아 아침마다 찝찝하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원전과 석탄화력발전 비중을 줄이는 동시에 ‘친환경’을 내세우며 액화천연가스(LNG) 발전과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하는 ‘에너지 믹스(에너지원 다양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지만 해당 발전소 인근 주민들은 미세먼지와 소음, 화재 등의 우려로 잠 못 들고 있다. 특히 LNG발전과 신재생 발전소는 전력 계통 접속 문제 등으로 전력 수요자가 많은 생활권 인근에 들어서야 하는 특성이 있다. 원전과 석탄화력발전이 좁은 부지에 대용량으로 발전하고 입지 선정부터 인구 밀집 지역을 피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친환경적이고 안전하다”고 설명했던 지열발전이 지진을 야기하면서 신재생 발전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도 차츰 커지고 있다.


LNG발전과 신재생 발전이 지역 주민들의 일상 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2009년 대규모 제1풍력단지가 들어선 경상북도 영양군 주민들은 소음 피해를 호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발전 사업자들이 최근 제2 풍력단지 설립을 추진하고 있어 지역 주민과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남실관 영양 제2풍력사업 반대 공동대책위원회 위원장은 “바람이 심해 발전기가 세차게 발전기가 돌아가는 날이면 귀신 우는 듯한 소리가 들려 잠을 잘 수가 없다”며 “또 영양군이 걸쳐있는 낙동정맥은 우리나라에서 손꼽는 절경인데 100m짜리 풍력 발전기를 꼽아 놓으면서 주변을 완전히 초토화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근에 동두천드림파워가 위치한 동두천 광암동의 주민들은 정체 모를 악취에 시달리고 있다. 광암동에 사는 황 모씨는 “발전소가 생기고 나서 사람들이 싹 빠졌다”며 “발전소가 돌아갈 때면 하늘을 가릴 정도로 증기가 뿜어져 나오는데다 정체 모를 악취까지 풍긴다”고 토로했다. 지역 부동산 가격도 급락했다. 광암동의 다른 주민은 “전에는 서울 사람들이 제법 와서 땅도 보고 가곤 했는데 발이 뚝 끊겼다”며 “매매가가 8,000만원을 웃돌던 27평짜리 집을 4,500만원에 내놨는데 거들떠도 안 본다”며 씁쓸해했다. 산 사면에 경사도 높게 설치된 태양광 설비에 불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태양광 발전 시설은 허가기준이 비교적 완화된 지역에 집중 설치돼 있는 터라 집중 호우가 내릴 경우 산사태 발생 가능성이 높다.

의외로 원전 근처에 사는 주민들은 원전으로 인한 생활의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일본의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목격하고도 지역 주민들은 놀라울 정도로 안전성에 대한 믿음이 확고하다. 인근에서 신고리 5·6호기 건설이 진행되고 있는 울산광역시 울주군 서생면의 이상대 전 주민협의회장은 “지진이 발생하면 내진 설계가 잘돼 있는 원전으로 대피할 생각을 할 정도”라며 “원전에 의한 미세먼지나 소음 이런 게 전혀 없으니까 평생 원전과 함께 살아온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문제는 정부가 원전의 대형사고 가능성과 석탄화력발전의 미세먼지 유발 위험은 인지하면서도 신재생발전과 LNG발전의 이 같은 단점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위험의 종류가 다를 뿐이지 친환경 에너지라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최근 포항지진을 유발한 지열발전소처럼 정부가 정책 추진에 속도를 높이기 위해 발전소별 장·단점을 제대로 소개하지 않고 있는 점을 꼬집는다. 특히 ‘친환경’이라는 소개와 함께 생활권 인근에 들어서는 LNG발전소는 석탄발전보다 유해물질을 덜 배출하더라도 주로 대도시에 위치해 있어 실질적인 피해가 더 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석탄 발전과 대비해 LNG가 깨끗할 수는 있겠지만 LNG에 친환경이라는 이름을 붙여선 안 된다”며 “발전소의 유해성을 평가할 때 미세먼지 직간접 배출량 뿐 아니라 거리에 따른 농도가 달라지는 만큼 생활권 인근에 들어서는 발전소가 미치는 영향 더 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포천=김우보기자 세종=강광우기자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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