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콘서트? 10년만에 외출한 '카트'보러 왔죠

■ 넥슨 '카트라이더' 결승전에 구름관중
행사장 1,600석 5분 만에 매진
청소년부터 가족단위까지 북적
실시간 시청자도 프로야구 상회
국회의원도 현장찾아 "규제완화"
넥슨 "게임대회 넘어 국민축제로"

지난 23일 서울 월계동 동해문화예술관에서 열린 넥슨의 ‘2019 카트라이더 리그’ 시즌1 결승전에서 관중들이 응원풍선을 흔들며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다. /사진제공=넥슨

지난 23일 오후1~ 2시 무렵 서울 월계동 광운대 동해문화예술관 주변에 구름떼 인파가 몰려들었다. 넥슨이 10년만에 외부 경기장에서 개최한 카레이싱게임 ‘카트라이더’ 대회를 구경하러 온 관중들이다. 행사 개시는 오후 3시부터였지만 1~2시간 전부터 입장 수속을 하려는 대기관중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입장권은 앞서 온라인으로 판매가 시작된 지 약 5분만에 매진됐다. 1,600명이 들어갈 수 있는 행사장은 2층까지 만석이었다. 게임은 네이버TV로도 생중계됐는데 오후 4시 현재 시청자수는 2만2,000명에 달했다. 같은 시각 네이버TV에서 실시간 중계된 KT위즈 대 SK와이번즈의 프로야구 경기 시청자수(약 1만9,000명)를 상회할 정도였다.

이번 카트라이더 대회에 대해 넥슨관계자는 “오늘 하루 행사 개최를 위해 총 5억원 가량을 투자했다”고 소개 했다 .5억원중 대관료는 1,000만원 정도며 나머지는 대부분 행사 개최를 위한 인건비, 선수상금 등으로 쓰였다. 게임대회가 상당한 고용창출 효과를 가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 관계자는 “게임대회를 넘어 세대를 아우르는 국민축제로 계속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이번처럼 대규모 대회를 을 지속적으로 열겠다”며 회사의 큰 그림을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행사에는 청소년에서부터 청년, 중년까지 다양한 세대의 관중들이 모여들었다. 어린 자녀들 손을 잡고 가족 단위로 나들이를 온 관람객들도 제법 눈에 띄었다.


지난 23일 서울 월계동 동해문화예술관에서 열린 넥슨의 ‘2019 카트라이더 리그’ 시즌1 결승전 대회장을 꽉 채운 관객석의 모습. /민병권 기자

이동섭(왼쪽) 바른미래당 의원과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이 23일 서울 월계동 동해문화예술관에서 열린 넥슨의 ‘2019 카트라이더 리그’ 시즌1 결승전 대회장을 찾아 개막축하 이벤트를 위한 버튼을 누르고 있다. /사진제공=넥슨

행사가 시작되자 4시간의 결승전 내내 관중들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축사를 하러 현장을 찾았던 이동섭 바른미래당 의원과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은 VIP대기실에서 “관객 규모가 굉장히 크다”며 놀라워하는 반응을 보였다. 넥슨의 게임대회에 국회의원이 직접 축사를 하러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치인이 관중과 소통하러 올만큼 게임대회의 저변이 넓어진 것이다. 이 의원은 대기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게임산업은 국민들은 스트레스를 푸는 여러 가지 순기능을 담당하면서 이젠 하나의 대중문화가 됐다”고 평가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체육위원회 간사인 그는 “우리나라가 게임산업에서 앞서 가다가 (중국 등) 다른 나라에 추월 당하는 상황이 됐는데 규제를 완화하고 정책적으로 지원을 해 우리가 (경쟁국을) 재추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23일 서울 월계동 동해문화예술관에서 열린 넥슨의 ‘2019 카트라이더 리그’ 시즌1 결승전에서 우승한 프로게이머 ‘세이비어(SAVIOR)팀이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제공=넥슨

이번 행사는 토종 게임도 e스포츠 산업으로 흥행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국은 1990년대 후반부터 e-스포츠산업의 싹을 틔워 대규모 게임대회를 여는 등 세계적으로 주목받았지만 그 주역은 대부분 미국 게임사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를 비롯한 외산게임이었다. 그러다 보니 프로게이머구단도, 대기업스폰서도 주로 외산 게임리그에 편중됐다. 토종 게임리그로는 밥벌이하기가 어렵다는 인식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결국 양극화가 심해졌다. 토종 게임리그로는 프로게이머가 생계 유지도 힘든 반면 외산 인기게임에선 억대 이상 연봉을 버는 프로 게이머들이 잇따라 탄생했다. 미국 게임업체 라이엇게임즈가 개발한 리그 오브 레전드(LoL)에서 프로 게이머로 활동하는 한국인 이상혁 선수(게임 아이디 ‘페이커’)의 경우 리그에서 몸값을 최고 30억원대까지 올린 상태다. 중국 게임업계에서 이 선수를 영입하려고 백억원대 몸값을 제안하며 러브콜을 했지만 이 선수가 거절했다는 풍문도 게임업계에서 들릴 정도다.

지난 23일 서울 월계동 동해문화예술관에서 열린 넥슨의 ‘2019 카트라이더 리그’ 시즌1 결승전 대회장을 보기 위해 1시간여 전부터 장사진을 이룬 대기관람객들의 모습. /민병권 기자

이와 관련해 넥슨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행사를 통해 카트라이더가 e스포츠산업으로 한층 성장할 수 있는 저력을 확인했다”며 “앞으로는 대회 참여자들이 함께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생태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카트라이더의 지적재산권(IP) 수익을 게이머구단들이 일정 부분 나눠 가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프로게이머들의 처우가 현실화될 수 있도록 개선하기 위해 각 구단들이 뛰는 선수들에 대한 장려금을 보다 합리적인 수준으로 점차 높여 지원하겠다”고 다짐했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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