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진은 지열발전이 지진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알고도 그 위험을 과소평가한 사업자와 “친환경적이고 안전하다”는 설명만 늘어놨던 정부의 관리 부실이 빚은 ‘인재’였다는 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포항지열 발전에 활용된 ‘인공 저류층 생성기술(EGS)’이 인근 지역에 미소(작은) 지진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은 당시에도 학계와 업계에 잘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사업자는 지진 위험을 무시하고 사업을 진행했다. 유발지진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지침이나 규정도 없었다. 대신 사업자가 지진 규모별로 물 주입 감소·중단, 배수, 정부 보고 등의 조치를 사전에 정해놓는 신호등 체계를 활용했다. 이마저도 사업자 마음대로 운영됐다. 당초 지진 규모가 2.0 이상이면 정부에 보고하도록 했지만 실제로는 2.5 이상으로 완화됐다.
정부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 산업부는 2017년4월15일 물 주입 이후 3.1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이틀 뒤에 물 주입 중단과 배수 조치 등을 했다는 보고를 받았지만 별 조치가 없었다. 이후 사업자인 넥스지오는 서울대, 지질자원 연구원 등과 논의해 물 주입 재개를 결정했다. 전문가들은 이때 제대로 조사했다면 7개월 후 11월15일 5.4 규모의 포항 지진을 막을 수도 있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책임 논란이 불거지자 실체적 진실 규명보다 정치적 논쟁을 막는 데만 급급한 상황이다. 산업부는 지열발전의 경제 타당성 조사가 노무현 정부 시기인 2003년에 추진됐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포항 지열발전사업은 과제 기획부터 공고, 사업자 선정, 사업 착수 등 모든 과정이 2010년부터 추진됐다”고 밝혔다.
/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