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겟 아웃' 조던 필 감독의 신작 '어스'...포용의 가치 잃어버린 미국사회에 일침

<27일 국내 개봉>
가족 여름휴가에 도플갱어 침입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중의적 제목...美 자국민 우선주의 정책에 대한 비판 담아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100% 등 벌써 호평 쏟아져

영화 ‘어스’의 스틸 컷.

영화 ‘어스’의 스틸 컷.

지난 2017년 세계 영화계의 최고 화제작은 단연 ‘겟 아웃’이었다. 영화 연출 경력이 없는 신인감독의 이 데뷔작은 장르 규칙을 능수능란하게 비트는 화술과 전개 방향을 예측하기 힘든 서사로 관객과 평단을 흥분시켰다. 450만달러의 저예산으로 만든 ‘겟 아웃’은 2억5,500만달러의 수입을 올렸으며 75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는 작품상을 차지했다.

‘겟 아웃’으로 화려한 신고식을 치른 조던 필 감독이 두 번째 영화 ‘어스’를 들고 돌아왔다. 오는 27일 국내 개봉하는 이 영화의 주연은 ‘블랙 팬서’에서 환상의 호흡을 선보인 루피타 뇽과 윈스턴 듀크가 맡았다.


‘어스’는 행복한 4인 가족의 여름휴가에 이 가족과 똑같이 생긴 도플갱어 4명이 침입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루피타 뇽이 연기한 인물인 애디의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한 트라우마가 서사를 추동하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영화 초반에는 방망이와 가위를 들고 미쳐 날뛰는 도플갱어의 행동을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그들의 숨은 사연이 드러나면서 이 개성 넘치는 호러 영화는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조던 필은 데뷔작보다 한층 진화된 연출 감각과 한결 예리해진 비판 의식을 보여준다. 영화의 원제인 ‘US’는 ‘우리’과 ‘미국’을 동시에 뜻하는 중의적인 의미로 읽힌다. 도대체 정체가 뭐냐는 가족의 물음에 도플갱어가 “우리는 미국인이야”라고 말할 때, 소외당하고 배제되기만 했던 지난날을 떠올리며 “우리도 너희랑 똑같은 인간이야”라고 읊조릴 때 영화는 포용의 가치를 잃어버린 채 자국민 우선주의 정책으로 일관하는 미국 사회에 일침을 가하는 단단한 비수가 된다.

영화의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을 장식하는 ‘핸드 어크로스 아메리카 운동’의 이미지는 이런 메시지를 명료하게 요약한다. 핸드 어크로스 아메리카 운동은 지난 1986년 미국 전역에서 진행된 캠페인으로 당시 참가자들은 거리에 모여 15분 동안 손을 맞잡는 퍼포먼스를 통해 굶주린 이웃들을 위한 기금 모금을 독려했다. 필 감독은 “영화의 아이디어는 도플갱어에 대한 깊은 공포심에서 비롯됐다”며 “우리의 최대 적은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 자신일지 모른다. 그래서 ‘어스’의 괴물은 주인공과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스’는 북미 시장에서는 국내보다 며칠 앞서 지난 22일 개봉했는데 벌써 작품에 대한 호평과 함께 ‘겟 아웃’을 뛰어넘는 흥행 성적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의 유력 비평 사이트인 로튼 토마토는 이 영화의 신선도 지수로 최고치인 100%를 부여했다. 이와 함께 버라이어티 등 현지 매체들은 ‘어스’가 북미에서만 2억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측했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사진제공=UPI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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