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입만 있고 관리는 없다.”
국내 외국인 실태를 한마디로 요약한 말이다. 인력·관광 교류를 하고자 문호는 활짝 열어뒀으나 체류관리나 사회통합 노력은 턱없이 부족해 벌어지는 현상이다. 지난 2월에도 체류기간이 만료된 8,952명이 새로 불법체류로 전환됐다. 정부는 올 들어 자진출국 기간 운영과 부처 합동 단속까지 실시하고 있으나 지난달 말 기준으로 누적 불법체류자는 35만9,026명으로 전달보다 2,000명이나 늘었다.
국가 관리망에서 벗어나 있거나 방치된 외국인들은 내국인 일자리 충돌 등 사회 갈등을 야기하는 것은 물론이고 위협까지도 될 수 있다. 최근 외국인지원단체들은 사회에서 소외되기 쉬운 중도입국 청소년이나 미등록 이주아동 가운데 ‘외로운 늑대’가 생겨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체류관리와 사회통합은 결국 비용이다. 외국인에게 혈세를 낭비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도 과감하게 정책을 펼치기가 여간 어렵지 않는 게 사실이다. 이에 수익자 부담 원칙을 적용한 ‘이민·통합기금’ 마련이 급선무라는 지적이 나온다. 외국인이 내는 출입국 관련 수수료와 과태료와 범칙금 등을 외국인의 사회 정착을 위한 교육, 구직 비용 등으로 사용하자는 것이다. 강동관 국제이주기구(IOM) 이민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회통합 정책을 뒷받침할 수 있는 확실한 재원부터 마련해야 한다”며 “국민 정서를 고려하면 수익자 부담 원칙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8월 이러한 기금을 설치하는 내용의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상태다.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거푸집 작업을 하고 있다. 거푸집 작업의 경우 노동 강도가 세서 대부분 외국인이 맡고 있고 이중 30~40%는 불법취업자라는 전언이다./조권형기자
다만 이 정도의 재원만으로 충분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법무부에 따르면 외국인 수수료·범칙금 등을 합산한 금액은 지난해 기준 1,325억원 가량이다. 외국인 정책 시행계획 예산이 2018년 4,731억원, 올해 4,502억원 임을 감안할 때 차이가 크다. 따라서 추가적인 재원 마련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법을 위반한 외국인에게 출국명령을 한 차례 유예해주고 벌금을 받거나 불법취업 등으로 강제출국 당한 외국인에게 입국금지를 풀어주는 대신 수수료를 받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또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에게 고용부담금을 받아 기금 재원으로 삼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러한 재원 마련과 더불어 외국인 정책 수립에 쓰일 데이터와 통계를 관리할 ‘이민정보원 ’ 설립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이민정보원은 사증발급, 출입국, 체류허가 등 외국인 관련 기록물에서 활용 가능한 정보를 관리하고, 이를 기반으로 외국인 정책 수립에 필요한 다양한 자료를 생산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특히 외국인의 근로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데이터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의 4대 보험 정보, 국세청 세금 납부 정보 등을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역할도 필요하다. 이러한 기능을 갖춘다면 ‘뜨거운 감자’인 외국인과 내국인의 일자리 상충 여부도 면밀히 살필 수 있다는 의견이다.
또한 이민정보원은 현재 각 부처에서 생산하고 있는 외국인 관련 통계도 한 데 모아서 교차분석을 수행할 수 있다. 현재 법무부에서는 ‘출입국 외국인 정책 통계월보’, 통계청은 ‘이민자 체류실태 및 고용조사’, 행정안전부는 ‘지방자치단체 외국인주민 현황’ 등을 각자 관리하며 생산하고 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고용정보원처럼 외국인 정책 분야에서도 데이터베이스와 통계를 관리하는 동시에 연구개발 기능을 갖춘 기관이 필요하다”며 “외국인 정책을 선진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같은 이유로 법무부 산하 기관인 IOM이민정책연구원의 인력과 예산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다른 나라의 이민 동향과 정책을 발 빠르게 연구하고 분석하기 위해 연구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는 것이다. IOM이민정책연구원은 국내에서 유일한 외국인 정책 전문 연구 기관이다.
예산과 정보가 갖춰지면 궁극적으로는 외국인 정책을 힘 있고 일관되게 추진할 수 있는 총괄기구를 설치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법무부 산하에 이민관리청이나 총리실 산하 이민관리처를 신설해 외국인 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는 법무부 출입국관리본부가 출입국 관리를, 고용노동부는 외국인 노동자 관리·지원, 여성가족부는 다문화 가정 지원 기능을 담당하는 등 각 부처에 외국인 관련 정책과 예산이 분산돼 있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 이후엔 이러한 총괄기구 설립이 국정과제로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다. 국회에서도 관련 논의는 감감무소식이다. 다만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난민신청자와 불법체류자 급증을 지적하며 ‘출입국관리청’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으나 아직 관련 법안을 발의하진 않은 상태다.
강 선임연구위원은 “외국인의 취업·거주 이민은 경제·사회·복지·문화 등 사회 다방면에 걸쳐져 있어 범부처 정책을 이끌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며 “전담·총괄 기구가 생기면 부처 칸막이로 인한 정책 집행 비효율성이 해소되고 외국인 정책의 전문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