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그간 부진했던 데이터센터 위주의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시장에서 반전을 모색할 발판을 마련했다. 차세대 기업용 SSD 제품으로 업계에서 인정받고 있는 ZNS SSD(사진)의 효율성과 수명을 크게 개선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기 때문이다. 아직 기업용 SSD 시장에서 SSD의 하드디스크 대체율은 2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SSD에는 고용량 낸드 플래시가 많이 들어간다. 하지만 고가의 투자비 때문에 상당수 기업이 여전히 하드디스크를 선호하고 있다. 하이닉스로서는 가성비를 크게 높인 ZNS SSD가 앞으로 많이 쓰이면 데이터센터용 낸드 수요도 증가한다는 의미다. 이 경우 삼성전자·도시바 등에 밀린 기업용 SSD 시장에서 하이닉스의 존재감 역시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5일 하이닉스에 따르면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 새너제이에서 열린 ‘2019 OCP(Open Compute Project) 글로벌 서밋’에서 하이닉스가 업계 최초로 차세대 기업용 SSD 표준으로 인정받고 있는 ZNS SSD 솔루션을 시연했다. 이 솔루션에는 하이닉스가 개발한 소프트웨어가 들어간다.
ZNS SSD는 기존 SSD 대비 속도·신뢰성 등이 30% 향상되고 수명은 4배 이상 늘어나 차세대 데이터센터에 적합한 솔루션으로 꼽힌다. 기존의 SSD가 정해진 공간에 사진·영상·음악 등 여러 용도의 데이터를 구분 없이 동시에 저장하는 반면 ZNS SSD는 용도 등이 다른 데이터를 SSD 내 각각 다른 공간(Zone)별로 저장해 데이터 관리 효율을 높인 게 특징. 한 개의 선로를 같이 이용하던 고속열차와 완행열차에 각각의 전용선로를 만들어 병목현상을 제거했다고 볼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노트북·PC의 경우 SSD가 하드디스크를 많이 대체했지만 기업용 SSD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라며 “ZNS SSD의 성능 개선으로 데이터센터용 낸드 매출에서 성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하이닉스는 연내 ZNS SSD 개발을 마무리하고 내년 상반기 상용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한편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은 SSD 시장이 지난해 324억달러에서 오는 2022년에 518억달러로 연평균 12.5%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중 기업용 SSD 시장은 같은 기간 189억달러에서 339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