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배우자인 이모씨가 출연해 설립한 사단법인인 ‘생각연구소’에 자신의 정치자금을 일부 사용해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 후보자는 27일로 예정된 인사청문회에 앞서 제출한 ‘자료제출요구 답변서’에서 생각연구소와의 연관성을 부정한 바 있다. 하지만 박 후보자의 답변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정치자금 사용 내역이 나오면서 박 후보자의 ‘허위답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자유한국당 소속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의원들은 26일 박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연기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국회 산자중기위 소속 이종배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박 후보자는 지난 2016년 생각연구소 창립식 지원을 위해 정치자금을 일부 지출했다. 박 후보자의 정치자금 수입·지출 보고서를 살펴보면 박 후보자는 2016년 9월에 ‘생각연구소 창립 준비위원 간담회’ 명목으로 27만2,000원을, 그 다음 달인 10월에는 ‘생각연구소 창립총회 현수막’이라는 내역으로 5만5,000원을 사용했다. 박 후보자는 올해 1월 말 열린 ‘서울의 미래, 스마트 서울’이라는 생각연구소 창립세미나에 참석하기도 했다.
이 같은 내역은 박 후보자의 자료제출요구 답변서의 답변 내용과 배치된다. 자료제출요구 답변서에서 박 후보자는 배우자가 출연한 생각연구소와의 연관성을 묻는 질문에 “후보자와 생각연구소는 직접적 연관은 없으며 생각연구소 운영은 소관 이사장의 독자적인 영역”이라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박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질의에 허위로 답변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박 후보자 측 관계자는 이 같은 의혹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지금으로서는 아무 연관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박 후보자가) 배우자인 이모씨가 (생각연구소에) 있었을 때는 운영에 관한 내용을 좀 알았겠지만 이씨가 (생각연구소에서) 빠지면서 법인 운영에 대한 모든 것을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이외에도 박 후보자가 질문의 핵심을 비켜가는 ‘동문서답식 답변’을 한 부분도 문제로 지적됐다. 자료제출요구 답변서에서 박 후보자는 그의 제로페이 사용 현황(사용시기·장소·금액 등)에 대한 질문에 ‘지역구 전통시장에서 제로페이 결제를 활용한 사례가 있다’고 답변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두루뭉술하게 대답하면서 자신에게 불리한 답변을 피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박 후보자가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한국당 소속 산자중기위 의원들이 24일 “정당한 인사검증을 회피하려면 자진사퇴하라”는 규탄 성명을 낸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이에 이 의원은 “박 후보자가 허위답변, 동문서답 답변, 자료 제출 거부 등으로 청문회를 무력화하려 하고 있다”며 “후보자가 말했듯 청문회를 하루 푸닥거리로 전락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박 후보자의 이 같은 답변 태도에 항의하기 위해 한국당 소속 산자중기위 의원들은 단체행동에 나설 계획이다. 한 한국당 관계자는 “박 후보자가 청문회 관련 자료 제출을 거부하며 청문회를 방해하고 있다”며 “본래 27일로 예정된 박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날짜를 연기하자는 성명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윤기자 ya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