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 /블룸버그
말레이시아 정부가 유럽연합(EU)의 팜오일 사용 제한에 반발하는 조치로 향후 차세대 전투기 도입 시 EU산이 아닌 중국산을 구매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말레이시아 현 정권의 강력한 지지층인 농가가 EU의 팜오일 퇴출 움직임으로 생존의 기로에 서게 되자 강력한 무역보복을 예고한 것으로 분석된다.
25일 블룸버그통신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차세대 전투기 도입 사업에서 유럽 국가들을 배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EU가 (팜오일과 관련해) 우리를 상대로 계속 조처를 취할 경우 앞으로 중국이나 여타 국가에서 비행기를 사는 방안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말레이시아는 노후한 러시아산 미그-29전투기를 대체하기 위해 프랑스제 전투기 라팔이나 유로파이터를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해왔다.
말레이시아 팜오일 농장.
EU는 세계 최대의 팜오일 시장으로 지난 2015년 기준 팜오일 수입량이 연간 670만톤에 달했다. 수입한 팜오일의 40%가량은 바이오연료 원료로 사용됐다. 하지만 이후 EU가 삼림 황폐화의 주범이라는 이유로 오는 2030년부터 바이오디젤 운송 원료에서 팜오일을 단계별로 퇴출하겠다는 방침을 정하면서 EU는 인도네시아에 이어 팜오일 제2 생산국인 말레이시아와 무역분쟁을 벌일 조짐을 보여왔다. EU 의회는 지난해 6월 단계별 사용 제한과 관련한 법안을 의결한 상태다. 특히 프랑스는 당장 내년부터 팜오일 사용을 금지한다.
한편 말레이시아 정부는 EU의 이 같은 움직임으로 팜오일 가격이 급락해 주요 지지기반인 농가가 직격탄을 맞자 EU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생산국인 인도네시아는 이미 제소를 준비하고 있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