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순방 나흘째인 24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만찬 회동을 하는 등 이탈리아에 이어 프랑스까지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해상 실크로드)’ 사업에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했다. 다만 유럽연합(EU)의 주도국임을 자처하는 프랑스는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며 오히려 지식재산권 및 인권 보호 공세를 취할 예정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프랑스를 방문해 마크롱 대통령과 니스 인근 보로쉬르메르에서 만찬을 함께 했다. 시 주석은 “양국은 이미 일대일로 건설과 제3시장 개척에 협력할 것을 약속하고 실질적인 효과를 거뒀다”고 전제한 뒤 “계속해서 유엔 사무와 세계무역·기후변화 등에서 협력해나가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다만 마크롱 대통령은 “무역과 과학기술·문화 등의 분야에서 교류와 협력을 추진해나가자”고만 답했다.

양국 정상은 이어 25일 수도인 파리로 이동한 뒤 공식 일정을 소화할 계획이다. 양국은 원자력·항공·클린에너지 등과 관련한 여러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다만 앞서 황제급 환대를 받았던 이탈리아와 달리 프랑스의 분위기는 냉랭한 편이다. 프랑스 등 서방은 경제협력은 좋지만 투자를 대가로 자국 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국식 일대일로는 거부하고 있다. 중국이 일대일로를 통해 지정학적·군사적 확장을 꾀하려 한다는 의심 때문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오히려 시 주석에게 중국 시장을 더 개방하도록 요구할 계획인 것으로 AFP통신은 전했다. 중국이 외국 기업들의 지재권를 침해하고 기술이전을 강요한다는 것이다. 또 자국 무슬림의 요청을 반영해 중국 신장위구르 수용소에 구금한 위구르인들의 인권침해에 대해 우려를 제기할 것으로 예상됐다.

독일에서도 이탈리아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하이코 마스 외무장관은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자유민주주의 사회가 아니다”라고 했으며 귄터 외팅거 EU 예산담당 집행위원은 “EU의 거부권 행사나 EU 집행위원회의 동의절차를 고려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시 주석은 프랑스에 도착 직후 이웃 모나코 공국을 방문해 알베르 2세 국왕과 부인 샬린 공주를 만났다. 중국 국가주석의 모나코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 주석은 모나코에서도 일대일로 홍보에 주력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