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터키리라화 폭락에 "투자자 조작 탓”

경기 우려·중앙銀 외환고 감소 우려 속
선거 앞두고 지난해 재연 조짐에 진화 나서
터키 금융당국도 美 JP모건 주가조작 조사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지난 24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 지방선거 유세현장에서 지지자들에게 선물을 던져주고 있다. /이스탄불=로이터연합뉴스

터키 리라화가 지난 22일 전일 대비 장중 최고 6.5% 급락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인 가운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JP모건에 대한 조사를 예고하며 이를 투자자 탓으로 돌렸다. 이에 금융당국까지 수사에 나서고 러시아 미사일 도입을 둘러싼 미국과의 갈등까지 더해지며, 지난해 리라화 폭락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4일(현지시간)에르도안 대통령이 이스탄불에서 열린 유세현장에서 투자자들의 리라 약세에 대한 예측 같은 ‘도발적인 행위’에 경고하며 “매우 무거운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실제 터키 은행감독청(BRSA)은 지난 23일 JP모건을 비롯한 금융회사들에 대해 ‘주가 조작과 고의적 오도’ 혐의로 조사에 착수했다며, 이는 22일 터키 리라화 시세가 시장에서 급락한 이후에 취해진 조치라고 성명을 통해 발표했다.

터키 리라화는 22일 전일 대비 5% 급락한 미화 1달러당 5.75달러에 거래되며 반년 만에 다시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지난해 8월 미국인 목사 장기 투옥과 관세 보복 등 양국 관계가 극도로 악화되며 달러 대비 30% 하락했던 시점 이후 최대 낙폭이다.

터키 금융감독원(BDDK )은 “JP모건이 지난 22일 배포한 보고서가 터키 금융계의 평판을 해치고 자본 시장의 불확실성을 초래했다는 고발을 접수했다”다고 밝혔다. BDDK는 JP모건이 주가동향보고서를 임의로 조작해서 투자자를 오도한 혐의로 수사에 착수했다며, 혐의가 드러날 경우에는 거기에 합당한 행정적 사법적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JP모건은 이에 대해 아직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시장은 이달 들어 터키 경제 주체의 외화 수요가 커지고 중앙은행의 외환 보유가 줄어드는 분위기 속에 리라화 투매가 벌어졌다고 분석했다. 올 들어 리라화는 최근까지 미화 1달러당 5.2∼5.3대를 유지하며 안정세를 보였다.

하지만 경제 주체가 체감하는 경제난과 환율 동향의 큰 괴리 탓에 이달 말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무리하게 환율을 유지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퍼졌다. 블룸버그통신은 보유 외환 감소가 중앙은행이 환율을 유지하고자 외화 자산을 소진하고 있다는 신호로 의심받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지방선거 이후 다시 환율·물가가 요동칠 것이라는 우려가 퍼지는 가운데, 이날 터키 중앙은행의 긴축적 자금공급 조처가 외환시장 불안을 더욱 부채질했다. 또 러시아 미사일 도입을 둘러싼 미국과 갈등도 작년 리라 폭락사태의 기억을 다시 불러일으켰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이 가운데 터키 자본시장위원회 역시 JP모건의 이스탄불 증권거래소(BIST)의 주식 거래에서 ‘투기적 작전’을 한 혐의로 별도의 조사를 시작했다. 이번 조사는 특히 금융주에 관해 집중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BIST의 주거래종목 지수는 3.45% 하락 마감했고, 리라화의 달러화 대 가치도 5% 이상 급락하며 지난해 여름 이후 최악의 상황을 기록했다.

/이재유기자 03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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