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라화 폭락은 조작탓" 월街에 칼날 세운 터키

22일 리라화 가치 5% 급락에
에르도안 "무거운 대가 치를 것"
금융당국 총동원 JP모건 등 조사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최근 터키리라화 가치 급락을 해외투자가 탓으로 돌리면서 금융당국이 리라화 매도세를 부추긴 혐의로 미국 대표 투자은행 JP모건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면서도 러시아산 방공미사일을 도입하기로 하는 등 터키와 서방 간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에르도안 정부의 칼끝이 월가 은행들로까지 향하자 시장에서는 지난해 미국과의 갈등으로 촉발된 리라화 폭락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지난 24일(현지시간) 이스탄불 지방선거 유세현장에서 지지자들에게 선물을 던져주고 있다. /이스탄불=로이터연합뉴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4일(현지시간)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스탄불에서 열린 지방선거 유세 현장에서 투자가들의 리라화 약세 예측 같은 ‘도발적 행위’에 대해 “매우 무거운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터키 은행감독청(BRSA)은 지난 23일 JP모건을 비롯한 금융회사들에 대해 ‘주가조작과 고의적 오도’ 혐의로 조사에 착수했으며, 이는 전날 리라화 가치가 급락한 후 취한 조치라고 성명을 통해 발표했다. 터키 금융감독원(BDDK)도 “JP모건이 22일 배포한 주가동향보고서가 터키 금융계의 평판을 해치고 자본시장의 불확실성을 초래했다는 고발을 접수했다”며 보고서 임의조작 및 투자자 오도 혐의가 조사 결과 사실로 드러날 경우 행정적·사법적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달러 대비 리라화 가치는 22일 전날보다 5% 급락한 달러당 5.75리라에 거래를 마쳐 반년 만에 급락세를 보였다. 이는 지난해 8월 미국인 목사 장기투옥과 관세 보복 등 미·터키 관계가 극도로 악화한 후 최대 낙폭이다.

이런 가운데 터키 자본시장위원회 역시 JP모건이 이스탄불증권거래소(BIST)의 주식거래에서 ‘투기적 작전’을 벌인 혐의로 별도 조사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은 이달 들어 터키 경제주체의 외화 수요가 커지고 중앙은행의 보유외환이 줄어드는 분위기 속에서 리라화 투매가 벌어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리라화는 올해 들어 최근까지 달러당 5.2∼5.3리라대를 유지하며 안정세를 보였으나 이달 말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무리하게 환율을 유지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퍼졌다. 앞서 블룸버그통신은 보유외환 감소가 중앙은행이 환율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외화자산을 소진하고 있다는 신호라는 의심을 받는다고 보도한 바 있다. 여기에 터키 중앙은행의 긴축적 자금공급 조처와 정부의 러시아산 미사일 도입을 둘러싼 미국과의 갈등도 외환시장 불안을 부채질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재유기자 03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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