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론직설] “한반도 문제 핵심은 인권... 北주민 권리 회복돼야 통일 가능”

<김태훈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대표>
지금 정부 북한과 대화에만 올인
北 자극한다는 이유로 인권 입닫아
北인권법 3년에도 재단 설립도 안해
인권활동하면 계좌추적 등 압박
이것이 겁나 후원도 올스톱 돼
北 세계인권선언 단 하나도 안지켜
북한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감옥
김정은 체제 안바꾸면 해결 안돼
남북교류하더라도 인권 요구해야

북한은 사상 유례 없는 반인권국가로 국제사회에서 낙인이 찍혀 있지만 문재인 정부는 비핵화를 위해 예민한 북한 인권 문제는 건드려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김태훈 한변 대표는 “북한 주민이 천부인권을 가졌다는 것을 인식하는 날 통일이 올 것”이라며 “오히려 인권을 제대로 짚어나가는 게 통일로 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호재기자


문재인 정부 들어 북한 인권·민주화운동을 벌이는 사람들이 무척 힘들다는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 내 북한 인권 관련 조직이 축소되고 북한 인권·민주화 운동단체에 대한 지원도 끊기고 있다. 북한인권재단 설립을 위한 법안이 통과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아직 이사회도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현 정부 들어 남북정상회담이 세 차례나 열렸지만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입도 벙긋하지 못하고 있다. 핵과 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을 자극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통일로 가는 과정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해서는 안 되는 것일까. 20여년의 판사 생활을 접고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을 만들어 6년째 북한 인권운동을 펴고 있는 김태훈 대표를 최근 서울시 교대역 부근의 한변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통일로 가는 길은 핵과 미사일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오히려 북한 인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의 진짜 주인인 북한 주민들이 태어날 때부터 누구에게도 양도할 수 없는 천부적 인권을 갖고 있음을 깨닫는 날 통일이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북한 인권운동이 쉽지 않다고 들었다.

△우리나라는 기부문화가 활성화돼 있지 않은데다 북한 인권의 경우 이념적인 문제도 있어 기부를 받는 데 어려운 점이 매우 많다. 특히 현 정부는 북한과의 평화·대화에 집중하다 보니 북한 인권 문제를 거론하면 북한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며 제재한다. 한변 회원 중 몇 분에 대해 경찰이 계좌 추적까지 들어오자 후원자들이 매우 불안해하고 있다. 기부하는 사람들은 계좌 추적을 아주 민감하게 느낀다. 후원자 중 좀 많은 금액을 보내오던 분들이 후원을 끊은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 탈북자동지회에는 지난 20년 동안 지급하던 지원금을 중단했고 경찰이 이들 단체를 방문해 재정과 운영 관련 정보를 요구하기도 했다. 2016년 3월 여야 합의로 북한인권법이 제정돼 북한인권재단을 설립해야 하는데도 정부는 이를 외면하고 있다. 국회에서 여당이 6명, 야당이 5명의 이사를 추천하면 임명하고 예산도 주면 되는데 안 한다. 박근혜 정부 당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사추천을 하지 않아 이뤄지지 못했고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민주당이 이사추천을 하지 않아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인권재단은 북한인권법의 핵심기구로 이로 말미암아 북한 인권활동을 하는 단체들이 재단을 통한 지원과 상호협조를 받아야 하는데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유엔에 비해 우리나라의 관심이 너무 부족한 것은 아닌지.

△북한 인권과 관련해 지난해 뉴욕과 제네바에 다녀왔는데 북한의 인권 사정이 열악하다는 데는 국제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중국·러시아·쿠바·베네수엘라 같은 반인권 국가들 외에는 모두 북한 인권 문제를 잘 이해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관심이 없는 정도가 너무 심하다. 핵 문제만 얘기하고 북한 인권에 대해서는 전혀 문제 삼지 않는다. 북핵 자체도 ‘한반도 비핵화’라는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모든 한반도 문제의 근원은 북한 인권이고 이는 북한 정권의 아킬레스건이다. 북한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 세습 독재정권, 독재도 보통 독재가 아닌 수령독재를 호도하기 위해 핵 문제로 겁박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자기들의 치부를 감추려 한다. 북한 주민들을 노예로 만들어놓고 핵을 통해 내외부의 관심을 돌려놓는 것이다.

-북한 인권의 가장 큰 문제는.

△인권과 관련해 인류가 최초로 문서화한 것이 세계인권선언인데 30개 조항으로 돼 있다. 북한은 그 30개 조항 중 하나라도 지키는 게 없는 반인권 국가다. 가장 먼저 생명권이 보장되지 않는다. 북한에서는 죄형법정주의가 적용되지 않고 형법 부칙에 의해 해석 여하에 따라 누구든지 사형시킬 수 있게 돼 있다. 장성택과 관련해 3만여명이 처형되거나 정치범수용소로 보내졌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서 처형된 사람들이 장성택·현영철 등 340명이라고 하지만 그건 눈에 띄는 고위급들만의 얘기다. 두 번째는 신체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밤중에 곡소리가 들렸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면 옆집 사람들이 모두 사라지는 희한한 일이 벌어진다. 사람들을 잡아다 감옥이나 정치범수용소에 가두는 것이다. 언론의 자유가 전혀 없다는 점도 큰 문제다. 몇 사람만 모여도 그 가운데 한 사람은 반드시 고발자여서 말을 제대로 할 수 없다. 주민감시제도·생활총화제도를 통해 김정은을 빼고는 모든 사람이 주말에 자아비판 시간을 갖게 돼 있다. 북한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감옥이다.

-이런 상황을 우리 국민들이 너무 모르는 것 같다.

△우리 국민들은 북한의 인권과 실체가 이렇게 무섭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북한 정권은 주민에 대한 학살자이고 국제사회에서 낙인 찍힌 반인도 범죄자집단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이 대화를 내세우며 백두산에서 같이 사진을 찍고 서울시청 건물에 그 사진들을 내걸며 김정은을 미화하고 있다. 일부 단체는 (김정은의 답방을 염두에 두고) 백두혈통이라고까지 미화하고 있다. 이러니 초등학생들에게 물으면 김정은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는 답변이 나올 지경이다.


-정부의 북한 인권정책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문 정부의 북한 인권에 대한 태도는 매우 우려스럽다. 우선 문 대통령은 지난해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했지만 단 한 번도 북한 인권을 의제로 삼은 적이 없다. 당시 국내외 여러 북한인권단체들은 정상회담 때마다 ‘김정욱 선교사를 비롯한 우리 국민 6명 석방’ ‘북한 정치범수용소 해체’ ‘중국에서 강제송환된 탈북민에 대한 처벌 중지’ ‘ 억류된 국군 포로의 생사 확인과 송환’ ‘이산가족의 생사 확인과 자유왕래’ 등과 같은 북한 인권 문제를 의제로 삼을 것을 촉구했으나 귀를 닫았다. 북한 인권에 대한 경시 태도는 남북 인권대화를 추진하도록 규정한 북한인권법 제7조를 위반하는 것이다. 미국이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전에 억류돼온 미국인들을 모두 넘겨받은 것과도 극명하게 대비된다. 미국 국무부가 13일 공개한 2018 국가별 인권보고서에서 한국에 대해 기술한 것을 봐도 잘 드러난다. 문 정부는 탈북자들에게 북한 정부에 대한 비판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고 대북 포용정책에 비판적으로 보일 수 있는 대중연설에 참여하지 말라고 했다. 심지어는 판문점 남북장관급회담을 취재하려던 탈북자 출신 기자의 취재도 불허했다.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북한인권대사)도 1년이 넘도록 임명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11일 김정남 살해범인 인도네시아 여성이 어이없게 석방됐지만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과거 민주화와 인권운동의 선봉에 섰던 인사들이 북한 인권에 침묵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

△세계 최악의 북한 인권에 대해 냉담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북한주민의 인권을 무시하는 것이고 인류보편의 인권개념과도 어긋나는 일이다. 이들이 침묵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정통성을 부정하는 잘못된 역사관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본다. 삼국시대·고려·조선·대한제국·대한민국으로 정통성이 내려왔고 대한민국이 한반도에서 유일한 합법정부로서 5,000년 역사의 정통성을 가진 나라라는 인식이 없다. 이는 문 대통령이 지난해 3월21일 남북정상회담준비위원회 2차 회의 때 “남북이 함께 살든 따로 살든 서로 간섭하지 않고 서로 피해 주지 않고 함께 번영하며 평화롭게 살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 데서 잘 드러난다. 지난해 7월 말 확정 공고한 초중등학교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에서 “대한민국이 한반도 유일의 합법정부’라는 부분을 삭제했고 지난해 9월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을 방문했을 때 문 대통령 스스로 자신을 ‘남측’ 대통령이라고 자칭한 데서도 잘 드러난다.

-북한 인권 문제 해결을 위해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북한 인권 문제 해결은 피해자였던 탈북민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답이 나온다. 변협에서 2년마다 탈북민들을 대상으로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설문을 실시하는데 한결같이 가장 먼저 나오는 답이 정권교체다. 김정은 체제를 바꿔야 한다. 그다음은 북한 주민에게 그들의 알 권리를 알려줘 속속들이 현실을 인식하게 해야 한다. 북한 주민은 인권을 모르고 알 기회도 없었다. 북한 헌법을 들여다보면 김일성·김정은을 찬양하는 김씨 왕조의 광신도 집단 같다. 휴전선 대북방송을 2018년 5월부터 다 폐쇄했는데 참 안타깝다. 세 번째로는 유엔에서 인권 문제를 계속 제기하도록 해야 한다. 유엔총회 인권이사회에서 북한 헌법에 인권조항을 넣도록 계속 요구하니 못 견뎌서 넣기도 했다. 네 번째로는 남북 교류와 지원을 늘려가더라도 원칙을 세워 반드시 인권과 관련한 대가를 요구해야 한다. 서독이 동독과의 통일과정에서 그렇게 해 성공했다는 점을 배워야 한다.

-통일로 가는 과정에서 북한 인권정책을 어떻게 해야 할지.

△한반도 통일은 바로 북한의 인권문제 해결을 통해 가능해진다. 한반도의 주인은 주민이다. 북한 주민에게 태어날 때부터 하늘로부터 받아 양도할 수 없는 천부적 인권이 있음을 알려줘야 한다. 북한 주민들을 민주화해야 한다. 북한 인권을 회복시키는 것이 통일로 가는 길이다. 통일정책은 인권개선을 통해 달성될 수 있다. 북한이 아무리 핵을 가지고 있더라도 북한 주민들만 정신이 딱 박히면 핵은 고철로 변해버린다. 소련이 핵무기를 그렇게 많이 보유했는데 왜 망했나. 국민들이 바뀌니 나라가 바뀌게 된 것이다./오현환 논설위원 hhoh@sedaily.com

He is…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제15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20여년간 판사 생활을 해왔다. 1997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끝으로 공직생활을 마무리했다. 북한 인권운동은 2006년 참여정부의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으로 임명된 것을 계기로 시작했다. “세계에서 북한 인권이 가장 열악한데 인권위원 가운데 누구도 입에 올리지 않았어요. 나라도 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됐습니다.” 그 후 국가인권위원회 북한인권특별위원장, 변호사협회 북한인권특별위원장을 지냈다. 2013년 9월 100여명의 변호사들과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을 만들고 대표를 맡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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