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식에 참석한 필리프 국왕은 전쟁기념관에 세워진 벨기에 전사자 명비 앞에 헌화하고 묵념했다. 정경두 장관은 추모사에서 “지금으로부터 68년 전,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이름조차 들어본 적 없던 아시아의 작은 나라, 대한민국을 위해 산화하신 106명의 벨기에 전몰장병들께 깊은 경의와 존경의 마음을 표한다”고 밝혔다.
벨기에 필리프 국왕이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벨기에 6.25참전용사 추모행사에서 벨기에 추모탑에 헌화하고 있다,/연합뉴스
정 장관은 “대한민국은 한반도에 새로운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정착시켜 벨기에 참전용사들의 그 숭고한 희생에 보답하겠다”며 “참전용사 한 분 한 분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벨기에는 1951년 1월, 한반도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있을 때 룩셈부르크 1개 소대를 통합해 보병 1개 대대 규모의 전투병력을 파병했다. 금굴산전투(1951.4.22~25), 학당리전투(1951.10.11~13), 잣골전투(1953.2.26~4.21) 등에서 전공을 세웠다. 이들 전투에서 106명의 젊은 벨기에 용사들이 희생됐다. 이 가운데 9명의 시신은 수습되지 못했다.
정 장관은 “9구의 유해는 아직도 우리가 서 있는 이곳 대한민국 어딘가에 쓸쓸히 잠들어 있다”며 “우리 정부는 그분들의 유해가 하루빨리 그리운 고국 벨기에와 사랑하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 영면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정 장관은 1951년 벨기에 국방부 장관직에서 물러나 50세의 나이로 6·25 전쟁에 참전한 앙리 모로 드 믈랑 소령이 회고록에서 “한국전쟁은 한 국가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한 전쟁이었고, 벨기에도 한국처럼 열강에 둘러싸인 소국이기에 같은 처지의 한국을 도와야 했다”고 썼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정 장관은 “갈색 베레모(BrownBerets)의 벨기에 전사들이 보여준 용기와 인류애, 그리고 자유와 평화를 지키려는 책임감은 헛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크렘 벨기에 행정안전부 장관은 추모사를 통해 “6·25 전쟁은 잊힌 전쟁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며 “전쟁이 발발한 지 7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연합군의 용맹함과 긍지는 영원히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추모식에는 필리프 벨기에 국왕 내외와 피터 드 크렘 행정안전부 장관, 레이몽드 베르 벨기에 한국전 참전협회장, 피터 레스쿠이에 주한벨기에 대사, 벨기에 참전용사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 등 우리 군 관계자들과 벨기에군과 함께 싸웠던 우리 참전용사들도 행사에 참석해 고인들을 추모했다.
추모식 후 정 장관은 필리프 국왕 내외 등과 전쟁기념관 내 거북선 모형을 관람했다.
/권홍우기자 hong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