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은 ‘진보정치 1번지’로 꼽히는 창원성산에서 전날 더불어민주당과 단일화에 성공하면서 지지세를 크게 끌어올 것이라는 기대를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여당과의 단일화로 역풍을 맞을 것이라는 경계감도 묻어났다.
여영국 정의당 후보는 ‘노동’을, 강기윤 자유한국당 후보는 ‘경제’를 최우선의 가치로 두고 경쟁했다. 이날 여 후보는 단일후보로서 첫 방문지로 효성 노동자들이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창원 고용노동지청을 택했다. 그는 “1986년 부당해고를 당한 후 스물세 살부터 노동운동을 했다”며 “정의당의 가치에 맞게 노동이 존중되는 견인차 역할을 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진보 후보답게 ‘노동’을 기치로 민주노총·한국노총 조합원들이 많은 창원성산 민심을 파고들었다.
4·3보궐선거 창원성산에 출마한 강기윤 자유한국당 후보가 26일 창원시 반송 트리비앙아파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송종호기자
한국당은 ‘정권심판론’을 전면에 내걸고 단일화는 ‘야합’일 뿐이라고 맞섰다. 유권자들은 “정의당이 지역구에서 한 게 뭐 있노”라고 비판하는가 하면 “창원 경제를 망친 게 한국당 아이가”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강 후보는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일반 시민들을 만나는 데 주력했다. 창원시 반송 트리비앙아파트를 찾은 강 후보는 “개성공단보다 창원공단을 먼저 살려내야 한다”며 “탈원전정책과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창원 경제뿐 아니라 우리 경제 전체가 망가졌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두 후보의 호소에 시민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박성열(남·64)씨는 정의당을 겨냥해 “창원에 노조원만 사는 게 아니다”라며 “최저임금으로 극심하게 어려워진 자영업자들에 대한 대책도 내놓았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씨는 “창원성산 출신 국회의원인 권영길·노회찬 모두 서울 가서는 훌륭한 말들을 많이 했는데 지역에는 도통 신경을 안 썼다”고 서운함을 내비쳤다. 한국당 심판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창원대에 재학 중인 진여진(여·22)씨는 “한국당이 지금 와서 창원 경제를 살리겠다고 하는데 창원 경제가 어려워진 것은 한국당 집권 시기”라고 말했다. 진씨는 “영남에서 한국당 깃발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생각부터 고쳐야 한다”며 “창원성산은 영남 유권자의 마지막 자존심이 달린 지역”이라고 했다.
4·3보궐선거 창원성산에 출마한 여영국 정의당 후보가 26일 창원시 법원사거리 앞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송종호기자
그러면서도 이번 선거가 향후 정국 향배를 좌우하는 중요한 선거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택시기사인 이모씨는 “여 후보가 지역에서 도의원을 두 번이나 해서 지역 현안을 잘 챙길 것”이라며 “한국당은 한 석 추가하는 데 그치지만 정의당 의원이 한 명 더 생기면 정치에 큰 변화가 생기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 실제 여 후보가 당선되면 민주평화당과 정의당 교섭단체인 ‘평화와 정의의 의원 모임’이 재가동하게 된다. 이럴 경우 선거제와 개혁입법 패스트트랙 추진으로 꽉 막힌 정국의 무게추가 범진보 진영으로 기울어질 수 있다. 이날 창원 상남시장에서 열린 ‘창원소상공인 살리기 정책간담회’에 참석한 장광석(남·52)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완전히 붕괴한 보수 진영이 황교안 대표를 중심으로 부활하고 있다”며 “강 후보의 당선은 보수 재건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황 대표가 직접 참석해 강 후보에게 힘을 보탰다. 한국당이 승리할 경우 황 대표는 빠르게 당내 리더십을 인정받게 되고 대권가도 역시 본격화하게 된다. 안갯속인 창원성산의 민심 향배에 따라 정국은 내년 총선까지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창원=송종호·황상욱기자 joist1894@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