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상고심 주심에 '성인지 감수성 첫 판결' 권순일 대법관

피해자 진술 신빙성 인정 가능성 커져


여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상고심 주심에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첫 판결을 내린 권순일 대법관이 배정됐다. 성인지 감수성이란 특정 개념이 특정 성에 유리하거나 불리하지 않은지, 성역할 고정관념이 개입되지는 않았는지 등을 고려하는 태도를 뜻한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대법원 재판부 배정이 안 전 지사에겐 다소 불리한 결과인 것으로 해석했다.


대법원은 26일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등의 혐의로 기소된 안 전 지사의 상고심 사건을 대법원 1부에 배당하고 주심에 권 대법관을 배정했다고 밝혔다. 권 대법관은 지난해 4월 학생을 성희롱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은 대학교수가 낸 해임 결정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성인지 감수성’을 판결에서 사실상 처음 언급하며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피해자들의 진술 신빙성을 따질 때 피해자의 처지와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권 대법관이 제시한 기준을 따르면 상고이유서에서 “피해자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합리적이지 않다”고 주장한 안 지사 측의 입장은 배척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1심은 “안 전 지사가 위력을 행사해 김씨의 자유 의사를 억압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은 “김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인정된다”며 안 전 지사에게 3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안 전 지사는 2017년 7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10차례 김씨를 업무상 위력으로 추행하거나 간음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