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문재인 정부의 보 해체 속도전

정순구 경제부


“수치는 다시 계산하는 중이다. 정확한 자료를 확보하고 알려주겠다.”


최근 환경부 4대강조사·평가기획위원회는 금강·영산강의 5개 보별 수중구조물이 강의 통수 면적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화한 자료를 서울경제신문에 공개했다. 지난달 22일 보 처리 방안을 처음 발표할 때만 해도 포함되지 않았던 내용이다. 문제가 된 곳은 영산강 죽산보였다. 가동보가 100%인 죽산보는 전면 개방할 경우 물 흐름을 방해하는 것은 수중구조물뿐이다. 기획위는 수중구조물 때문에 죽산보 지점의 통수 면적이 약 9% 감소한다고 밝혔다가 나중에는 50%까지 차이가 날 수 있다며 말을 바꿨다. 보 처리 방안 발표 후 약 2주 동안 ‘자료 미공개→9%→50%’로 수치가 달라진 셈이다. 기획위의 말 바꾸기는 끝이 아니었다. 50%라는 마지막 수치마저 정확한 자료가 아니라 다시 계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보를 해체해 수질이 개선되고 환경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면 백번이고 해체하는 것이 맞다. 문제는 5개 보 중 3개를 부분 해체 또는 해체하라고 제안한 기획위의 결론이 과연 타당한지다. 수중구조물이 통수 면적에 미치는 영향조차 파악하지 않고 보를 전면 개방할 때와 완전 해체할 경우의 차이를 알 수 있는 기초적인 자료도 없이 보 해체를 결정한 것을 두고 무모하다고 해야 할지 용기 있다고 해야 할지 알 수가 없다. 기획위 관계자조차 “계산할 때마다 수치가 달라져 공식 발표를 하지 못하겠다”고 언급할 정도다. 그뿐만이 아니다. 보 해체에 따른 수질 개선 효과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첨예하게 나뉘고 있다. 보 해체의 경제성을 평가하는 데 주민 대상의 설문조사 결과를 사용한 점도 과학적인 근거로 보기 어렵다는 비판이 많다.

기획위의 보 처리 방안 발표 후 한 달이 흘렀으나 잡음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속도전을 치르듯 성급하게 결론부터 내렸으니 당연한 결과다. 보 설치로 인한 수질·생태 변화와 가뭄·홍수 등의 영향을 제대로 조사하려면 10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다. 4대강 사업이 졸속으로 진행됐다며 비판하던 문재인 정부다. 시간이 흘러 ‘해체 방안이 졸속’이라는 비판을 받지 않을지 되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soo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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