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科技 골든타임 놓치면 하청국가 전락]"하버드의대 절반은 창업 생각…서울의대 졸업동기 200명 중 창업자는 단 둘"

박한수 GIST 교수 겸 지놈앤컴퍼니 각자대표
국내 창업 투자환경 좋지만
한번 실패하면 재기 힘들어
바이오헬스케어 육성 위해
정부 탄력적 특허정책 필요

박한수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 겸 지놈앤컴퍼니 각자대표가 25일 판교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며 한국과 미국의 바이오 창업 차이를 설명한 뒤 바이오헬스케어의 특허를 미국처럼 폭넓게 적용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하버드의대에서 지난 2009년부터 박사후과정(포닥)을 할 때 보니 박사과정 학생 중 절반은 창업이나 연구를 산업화하려고 하더라고요. 자연스레 바이오 연구를 창업으로 연결해야겠다는 결심을 확고히 굳히게 됐죠.”

박한수(46·사진) 광주과학기술원(GIST) 의생명공학과 교수 겸 지놈앤컴퍼니 각자대표는 25일 판교의 회사 사무실에서 미국 제약사와의 미팅 뒤 기자와 만나 “의대를 가면 의사나 교수만을 생각하는 한국 풍토와 달리 미국은 바이오헬스케어 창업을 염두에 두는 경우가 많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서울의대 학·석·박사로 하버드의대에서 포닥을 하고 잭슨랩유전체연구소에서 책임연구원을 하다가 2016년 귀국해 창업도 하고 GIST 교수도 됐다.

그는 “미국에서는 하버드대병원 심장내과 스타 의사가 구글로 옮겨 바이오 자회사 책임자를 한다”며 “저도 미국에서 창업하려고 했는데 오히려 초기에 투자유치가 정말 어려웠다. 한국보다 더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한국은 이스라엘을 벤치마킹한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 프로그램(TIPS·팁스)이 있어 좋은데 미국은 글로벌 제약사에서 나와도 돈을 빌려 창업합니다. 다만 실패해도 가능성이 보이면 투자자가 붙는 게 한국과 다른 특징이죠.” 국내의 투자 환경과 정부 지원 등이 해외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지만 한 번 실패하면 재기하기 힘든 현실이라는 지적도 했다.


그는 “국내에서는 한번 실패하면 잘 투자하지 않는다”며 “주변에서 창업했다가 실패한 교수도 더 이상 안 한다. 너무 힘들기도 하지만 투자받기 쉽지 않은 이유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서울대 의대 다닐 때 ‘당연히 의사를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하다가 서정선 교수님이 창업(마크로젠)하는 것을 보고 서울대병원에서 인턴을 하며 바이오 회사 창업을 꿈꿨다”며 “고심 끝에 기초연구를 하는 의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하버드대에서 본격적으로 준비했다”고 회고했다. 하버드대에서 인간 유전체 빅데이터를 연구하고 잭슨랩유전체연구소에서는 실험용 쥐로 신약 개발 유전체 연구를 한 그는 귀국 후 서울대 의대 동기로 경영학석사(MBA)을 한 배지수씨와 의기투합해 창업한 뒤 각자대표를 맡았다. 서울의대 동기(200명, 지금은 160명) 중 안정적인 의사와 교수가 아닌 창업가는 이들밖에 없다.

그는 항암면역 프로바이오틱스를 자체 개발하고 면역항암제를 영진약품·에이비엘바이오와 공동 개발해 글로벌 제약사들과 공동 개발을 논의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항암면역 프로바이오틱스의 상업화를 위해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임상시험 준비(Pre-IND) 모임도 열었다. 올 하반기에는 임상 1상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글로벌 제약사와 조율 중이다. 지놈앤컴퍼니는 지난해 12월 코넥스에 상장한 데 이어 오는 2020년 코스닥 이전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10개 이상 미국·유럽 글로벌 제약사나 중국 제약사들과 방향을 맞춰가는 게 힘들지만 K바이오에 한몫을 한다는 측면에서 뿌듯하다. 임상 3상이나 조기 라이선싱 아웃을 모두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규제 측면에서 애로를 묻자 ‘바이오헬스케어의 진단 쪽은 규제가 많지만 치료 쪽은 괜찮은 편’이라며 오히려 정부의 특허정책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미국은 자국 산업 보호 차원에서 바이오헬스케어의 특허를 폭넓게 해석하는데 우리나라는 점점 좁게 특허를 주는 경향이 있다. 새로운 분야에서 선두경쟁을 벌이는 입장에서 애로가 커 탄력적으로 적용했으면 좋겠다”는 게 그의 호소다. 정부 연구개발(R&D) 정책의 개선점에 관해서는 “팁스가 성공적이라 더 다양한 버전으로 만들었으면 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교수로서 심도 있는 연구를 하고 창업자로서 글로벌 제약사의 5~10년 뒤 임상 방향까지 알 수 있다. 최적의 R&D가 가능하다”며 활짝 웃었다. /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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