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수요일] 봄 편지

- 곽재구

강에 물 가득

흐르니 보기 좋으오

꽃이 피고 비단 바람이 불어오고

하얀 날개를 지닌 새들이 날아온다오

아시오?

바람의 밥이 꽃향기라는 것을

밥을 든든히 먹은 바람이


새들을 힘차게 허공 속에 띄운다는 것을

새들의 싱싱한 노래 속에

꽃향기가 서 말은 들어 있다는 것을

당신에게 새들의 노래를 보내오

굶지 마오

우린 곧 만날 것이오


여기도 강물 녹아 흐르고, 남풍 불어오더니, 꽃눈 터지고, 철새들 돌아오고 있습니다. 겨우내 얼어붙어 오도가도 못 하던 것들의 금족령이 풀리니 봄은 과연 서로 못 보던 이들의 ‘바라봄’이요, ‘다시 봄’의 계절인 듯합니다. 봄 편지 받자 동봉하신 봄이 쏟아지니 당신은 지척에 계신 듯한데, 어찌 해마다 봄만 보내시고 몸은 아니 오시는지요. 봄은 첫걸음 뗀 아기가 아장아장 걷는 속도로 산맥도 철망도 넘어온다는데, 헌걸찬 당신은 오시지 못할 그 무슨 사연 있으신지요.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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