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믹스 이대로 좋은가] 韓 원전 기술자립도 95% 넘어…세계 최고

원전 건설비도 美·日 절반수준
"기술 좋아도 중도에 멈추면 도태"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의 경우도 사막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도 비용추가 없이 공사기한를 완벽하게 맞췄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은 안드레이 바비쉬 체코 총리를 만나 체코의 원전 건설 추진 시 한국 기업 참여를 요청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우리나라의 원전 기술 자립도는 95% 이상으로 명실공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은 신재생에너지나 액화천연가스(LNG)와 대조적이다.


세계원자력협회(WNA)의 2017년 ‘원자력 발전의 경제학과 사업 구조’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 원전을 짓는 비용은 kW당 2,177~2,580달러다. 일본(4,313~5,519달러), 미국(4,555~5,828달러), 프랑스(5,629~7,202달러) 등 주요 국가들보다 절반 가량 저렴하다.

원전업계는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한 국가라도 건설이 중도에 멈추면 연구 인력 이탈 등으로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특히 원전은 첨단 기술이 집합되는 만큼 산업 생태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원전에 들어가는 부품 수만 200만개로 2만개 수준인 자동차보다 100배 많다. 실제 미국의 경우 1979년 스리마일섬 원전사고 후 2008년까지 사실상 원전 건설을 중단하면서 원전산업 생태계가 붕괴됐다.

반면 우리나라는 1970년대부터 원전을 지속적으로 늘린 결과 현재까지 가동 중인 원전은 24기에 달한다. 1971년 3월 19일 고리원자력 1호기 착공 당시만 하더라도 전적으로 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지만 울진 3, 4호기의 경우 기술자립도를 95%까지 끌어올렸다. 원전업계의 고위관계자는 “원전을 계속 건설한 덕분에 엔지니어들이 현장에서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며 “원전 기술 자립을 이뤄내겠다는 의지가 분명했기 때문에 미국 등 설계 회사에서 기술을 넘겨받을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전성도 확보했다. 우리나라는 가압수형 원자로를 사용하는 원전에서는 문제가 될 만한 방사능물질 유출 사고조차도 없었다. 원전업계의 한 관계자는“50여년의 원전 가동 역사상 인명 사상이 발생한 사고는 체르노빌 사고 단 한 건”이라며 “원전 자체가 안전한 에너지원인데다 원전 발전 과정에서 충분한 안전시스템을 갖추면서 최고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서울경제=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