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부진·대외경제마저 불확실..."세수 호조 추세 둔화" 인정한 정부

[내년 500조 초슈퍼예산]
"올 세수 증가율 1.9%에 그칠것"
법인세 따라 '결손'까지 갈수도


올해 우리나라의 세수 여건은 ‘시계 제로’ 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도체 업황이 침체의 길로 빠져들고 있는데다 미중 무역갈등과 같은 대외 경제의 불확실성 등으로 올해부터는 최근 몇 년 동안의 세수 호황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기획재정부는 ‘2020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예산 편성지침)’을 발표하며 세입 여건이 나빠질 가능성을 언급했다. 내년도 재정운용여건을 설명하며 “최근의 세수 호조 추세는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힌 것이다. 정부가 세입 여건이 좋지 않음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도체 호황과 자산시장 호조에 따라 법인세·양도소득세가 증가하면서 세수 호조세가 이어졌지만 앞으로는 미중 무역분쟁과 반도체 업황 부진 및 자산시장 변동성 등의 경기 하방 요인으로 전과 같은 세수 호황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한 셈이다.

최근 3년 동안의 국세 수입은 계속해서 정부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다. 초과 세수(전망치보다 더 걷힌 실제 세수)는 2016년 9조9,000억원에서 2017년 14조3,000억원으로 증가했고 지난해는 25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세수 호황을 이끌었던 것은 법인세와 양도소득세·근로소득세였다. 지난해 양도소득세는 전망치보다 7조6,000억원 많은 18조원이 걷혔고 법인세도 70조9,000억원으로 7조9,000억원의 초과 세수를 달성했다. 근로소득세 역시 예상보다 2조3,000억원 많은 38조원이 걷혔다.

올해부터는 정반대의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초과 세수는커녕 법인세 규모에 따라 세수 결손까지 우려해야 하는 형편이다. 기재부는 올해 예상 세수(294조8,000억원) 증가율이 전년 대비 0.4%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마저도 지난해 4·4분기부터 추락하기 시작한 반도체 업황이 반영되지 않은 수치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해 3·4분기까지 반도체 실적이 워낙 좋았기 때문에 4·4분기도 이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 보고 올해 법인세 세수가 8조1,000억원 정도 늘 것으로 추산했다”며 “지난해 4·4분기부터 반도체 실적이 악화한 탓에 예상보다 법인세가 덜 걷힐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양도소득세도 정부 예상을 밑돌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의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 정책이 이어지면서 거래 자체가 끊긴 탓이다.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고용 부진 역시 근로소득세 세수에 악영향을 줄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세종=정순구기자 soo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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