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장학금, 계획서 아닌 사람 보고 지원해요"

안병욱 한국학중앙연구원장
한국학 전문 인력 양성 위해
박사 이후 과정 '태학사' 신설
7명에 5년간 월 500만원 지원

안병욱 한국학중앙연구원장

“이제는 ‘포닥(박사후과정)’이라 하지 말고 ‘태학사(太學士)’라고 하세요. 조선 시대에 세종대왕은 유능한 인재를 선발·양성하기 위해 집현전을 설치했습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신(新)집현전으로 그 정신을 계승해 인문사회 분야의 연구자들이 학문에 매진할 수 있도록 박사 이후의 태학사 과정을 신설합니다.”

안병욱(사진·71)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은 27일 낮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올해 신규 사업 설명을 위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안 원장은 “보통은 학사·석사·박사 순으로 전문 인력이 양성되는데 태학사는 한국학 전문 인력의 박사 이후 과정”이라며 “신진 학자들의 실업난과 생계 걱정을 덜어줌으로써 인문사회 분야의 인재 육성과 한국학의 발전을 목표로 한다”고 소개했다.


지원은 파격적이다. 어문학(2명), 역사학(3명), 철학(2명) 등 총 3개 분야에서 7명을 선발해 5년간 매월 500만원의 연구장학금을 지급한다. 단 만 40세 이하의 박사학위 취득자로 타 기관에 상근하지 않고 지도교수나 대학원장의 추천서를 받아야 지원할 수 있다. 연구원은 이를 위해 올해 5억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안 원장은 “기존의 포닥·학술연구교수·펠로십 등과 달리 태학사 과정은 연구계획서가 아닌 사람을 보고 지원한다”며 “단기 성과도 요구하지 않고 장기적 안목의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이 특징”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연구자의 정년이 65세라고 할 때 최소 25년간 학자로서 성장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태학사는 연구실 확보, 멘토 연결, 국내외 학술행사 참여 경비 지원, 한중연 시설 및 자료 이용의 기회도 얻을 수 있다.

국내에서는 보기 드물게 연구 결과물로 지원 성과를 판단하는 관행을 깬 것이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상위 수준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정부 지원이 나눠 먹기로 이뤄지고 단기 성과만 중시하다 보니 정작 연구자들의 실상은 각박한 상황이다. 안 원장은 “태학사를 지원하다 보면 나중에 우리나라에서도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한다”며 희망을 내비쳤다. 신집현전 태학사 과정 희망자는 다음달 1일부터 15일까지 접수 가능하다.

한편 한중연은 우리 민족의 사상과 문화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한국사상사대전’과 ‘한국문화사대전’을 오는 2030년까지 편찬한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각 100권씩 총 200권 발간을 목표로 향후 10년간 진행되는 거대 문화 프로젝트다. 앞서 한중연은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과 ‘한국구비문학대계’ 등을 집대성한 바 있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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