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레오 ‘식탁이 있는 삶’ 상무이사
얼마 전부터 ‘킹타이거 새우’ 또는 ‘점보 새우’라고 불리는, 내게는 상당히 익숙하고 반가운 식재료가 온·오프라인 마켓 여기저기서 판매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전에는 국내에 소량 수입해 들어와 노량진에서 소매로 구매할 수 있었으나 구하기도 힘들었고 가격도 만만치 않았다.
킹타이거 새우를 원 없이 본 것은 런던의 한 식당에서였다. 런던의 나이츠브리지에 가면 ‘Zuma’라는 전설의 식당이 있다. 런던 시내 단일 레스토랑 중 최고 매출을 자랑하는 식당인데 이곳에서 수셰프로 일했을 때만 해도 매일 한두 개의 테이블은 세계적인 영화배우와 감독, 정·재계 유명인사들이 자주 찾는 식당으로 유명했다.
이 곳의 시그니처 메뉴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요리는 ‘구운 킹타이거 새우’다. 평균 28~30cm 정도 길이의 자연산 캉타이거 새우 요리는 비주얼만 봐도 입이 쩍 벌어진다. 랍스터가 부럽지 않은 크기와 맛이다. 아마도 랍스터와 같은 중량일 때 둘다 껍질을 제외한다면 속살의 양은 랍스터보다 훨씬 더 많이 나올 것이다.
킹타이거 새우를 너무 많이 익히면 속살이 질겨지므로 당시 이 레스토랑에서는 킹타이거 새우를 ‘미듐’으로 익혀 먹는 걸 권하곤 했다. 킹타이거 새우를 구울 때는 숯불에 구워서 먹는 맛이 제일 좋지만, 집에 일일이 숯불을 피울 수가 없으므로 프라이팬을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간혹 오븐에 직접 넣어 굽는 사람들도 있지만 킹타이거 새우는 껍질이 랍스타처럼 두껍지 않기 때문에 살이 빨리 건조돼 식감이 질겨질 수밖에 없다. 킹타이거 새우의 등 위쪽 부분을 머리까지 반으로 갈라 넓게 펼치고 팬에 오일을 살짝 두르고 먼저 껍질 부분을 팬에 닿게 구워준다. 반쯤 익어 껍질 밑바닥이 살짝 노릇하게 구워지면 뒤집어서 30초 정도만 더 익히면 된다. 개인적으로 라임즙과 올리브 오일을 뿌려 먹는데 토마토 칠리소스나 아보카도 구아카몰, 고추냉이, 마요네즈 등 본인이 평소에 좋아하는 소스를 곁들여 보는 것도 좋다.
킹타이거 새우의 탱글탱글한 속살과 부드럽게 도는 단맛은 수많은 유명인사가 쥬마 레스토랑을 찾는 이유다. 내 기억으로 이렇게 큰 새우를 하루 최대 300마리 이상을 구웠던 것 같다. 다른 많은 메뉴를 요리하면서 동시에 새우를 숯불에 구워야 했기에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심지어 뿔테 안경을 끼고 일했던 동료 중 한 명은 새우를 굽는 동안 자리를 뜨지 못하고 계속 숯불 앞에서 새우를 굽다가 뿔테안경이 휘어지기도 했다.
킹타이거 새우의 원산지는 인도 태평양이다. 아프리카 동해안에서 아라비아 반도를 거쳐 동남아시아와 호주 북부에 이르기까지 널리 서식한다. 멕시코 만과 대서양에도 서식한다고 한다. 통상 ‘타이거 새우’라고 불리는 ‘씨 타이거 새우’는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양식 ‘블랙 타이거’의 자연산이라고 보면 된다. 홍해와 아라비안 걸프, 인도 대륙 주변, 말레이 군도를 거쳐 호주 북부와 필리핀까지 아프리카 동부 및 남동부에 분포한다. 최근에는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제주도 등지에서도 가끔 볼 수 있다.
킹타이거 새우는 최근 대서양 원양산과 동남아산의 수입량이 증가하며 소비량이 많이 늘고 있다. 1~2인 가구의 증가와 더불어 유튜브 먹방과 홈쿡의 영향으로 다양한 경로를 통해 판매가 이뤄지기도 한다. 자연산이다 보니 항생제 이슈가 없으며 랍스터와는 또 다른 식감,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다. /‘식탁이 있는 삶’ 상무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