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확대는 쉬운길...재정 개혁부터 서둘러야"

■한국경제학회 토론회
文정부 고용·노동정책 길 잃어
조세부담률 10년간 1%P씩 인상

“문재인 정부의 초기 고용·노동정책은 이제 약효가 다 됐거나 길을 잃었다.”

27일 한국경제학회가 ‘2019년 한국경제 어디로’라는 주제로 연 정책토론회에서는 재정과 복지, 생산성 향상과 임금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 없이 땜질식 처방으로 일관하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대한 날 선 비판이 쏟아졌다.


류덕현 중앙대 교수는 “복지지출의 증대와 재원분담에 대한 논의는 과거 정부 때부터 증세 없는 복지 프레임에서 한 발짝도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위의 복지수준을 지향해가기 위해서는 매우 높은 수준의 담대한 국민부담률 상향이 필요하다”며 “구체적으로 어떤 스케줄로 상향할 수 있을 것인지 계획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류 교수는 1%포인트씩 10년간 국민부담률을 올릴 것을 제안했다. 또 류 교수는 재정의 허리끈을 졸라매는 재정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국고보조금에 대한 연도별·사업별 한도를 정하고 비과세 감면 등에 대한 정비를 해야 향후 국민에게 세 부담 인상의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작성한 2018~2022년까지의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보건·복지·고용 분야의 예산은 연평균 10.3% 증가한다. 전체 예산 증가율 7.3%보다 3%포인트 높은 수치다. 농림과 수산, 환경 분야에서 예산을 줄이고 복지 분야에 예산 증가율 이상으로 재정을 투입하는 구조다. 물론 OECD와 비교해보면 여전히 한국의 복지 지출 비중은 작다. 이 때문에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에서도 한국의 재정지출 확대를 권고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이 빠른 속도로 고령화·저성장 시대에 접어들면서 성장동력은 약화하는 반면 복지지출은 급격하게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한국경제학회 재정토론회에서 복지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재정개혁과 국민 부담률 인상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대표되는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 역시 수정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생산성 혁신 없이 최저임금 인상분을 재정으로 지원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지적이다. 최영기 전 노동연구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초기 고용·노동정책은 이제 약효가 다 됐거나 길을 잃었다”며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정책은 과속으로 취약근로자들의 고용 감소와 이로 인한 분배지표 악화를 야기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고 했다. 이어 “지금은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이 아니라 내년도 적정인상률에 관한 경제분석과 공론화가 우선”이라고 꼬집었다. 주52시간근무제 확립과 근로시간 특례업종의 대폭 축소에 대해서도 “생산성 혁신이 없어 일자리 창출은 미지수”라며 “앞으로 최저임금과 주52시간근무제 영향을 받는 사업장의 생산성 향상 지원 정책을 범정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가 바이오 산업 등에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이근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셀트리온이 세계 최초로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성공한 데서 보듯 우리나라는 바이오의약품 분야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중국과 일본에 비해 비교우위를 갖고 있는 희귀 산업인 만큼 지원을 통해 차세대 선도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2000년대 정부 지원의 성과가 15년이 넘은 지금에서야 나오고 있다”며 “민관이 함께 출자하는 벤처케피털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박형윤·김우보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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