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왼쪽) 전 대통령이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이날 이학수(오른쪽) 전 삼성그룹 부회장은 이 전 대통령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을 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이명박(78) 전 대통령이 항소심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쏟아내는 이학수(73) 전 삼성그룹 부회장을 향해 욕설을 했다. 이를 들은 검찰이 재판부에 항의하면서 이 전 대통령은 재판부로부터 주의를 받았다.
27일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재판에 이 전 부회장이 증인으로 나왔다. 이 전 부회장의 증인신문이 종료된 후 검찰은 “증인이 이야기할 때 이 전 대통령이 ‘미친 X’이라고 말하는 것을 여러 번 들었다”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증인신문 내용이) 다 녹음 됐으니까 (이 전 대통령이 한 말에 대해) 따지려면 따져볼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증인의 증언을 듣기 싫고 거북하고 그럴 수 있지만, 절차상 증언 때 (그런) 표현을 하면 증언에 방해가 된다”고 주의를 줬다. 이어 “어떤 말씀을 했는지는 정확하게 못 들었는데 재판부 입장에선 (피고인을) 퇴정시킬 수도 있기 때문에 다시 한번 상기하라”고 경고했다. 재판부와 마찬가지로 방청석에 앉아있던 방청객들도 거리가 멀어 해당 욕설을 제대로 듣지는 못했다.
피고인석에 앉아 재판부의 경고를 받은 이 전 대통령은 “알겠다. 제가 증인을 안 보려고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전 부회장은 이날 재판에서 “이 전 대통령 측의 요청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이건희 회장에게 보고한 뒤 돈을 주도록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이는 검찰 수사단계에서 이 전 부회장이 제출한 자수서 내용과 대부분 일치한다.
이날 오후 6시쯤 재판이 끝났고 이 전 대통령이 서울중앙지법 서관 쪽 문으로 나서자 대기하던 지지자들은 “이명박”을 외치며 환호했다. 이 전 대통령은 지지자들을 바라보며 인사하곤 차를 타고 자택으로 돌아갔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