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달한 로맨스로 연애욕구를 불태웠던 ‘진심이 닿다’가 마지막회만을 남겨두고 있다.
‘도깨비’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커플이었던 이동욱과 유인나를 중심으로 연애 이야기에 집중한 ‘진심이 닿다’는 큰 문제나 강력한 적 없이도 충분히 매력적인 로맨스 드라마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작품은 권정록과 오진심의 설렘부터 서로 마음을 나누고, 고백하고, 사귀다 헤어지고, 재회해 관계가 더 깊어지는 기존 로맨스 장르의 공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보통의 경우 이들의 관계를 가로막는 클리셰(집안의 반대, 출생의 비밀 등)가 중반 이후 이야기를 지배하지만, 독특하게도 이 작품은 두 사람이 서로를 좋아하는 감정에만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끌어갔다.
잠시 이별했다 다시 만난 권정록(이동욱)과 오진심(유인나)는 한층 더 깊어진 관계로 시청자들의 연애세포를 무한대로 자극했다. 특히 지난회 재회키스에 이어 이번에는 소파키스가 등장해 1회1키스 방식을 끝까지 이어갈 기세다.
오진심의 드라마에 고문 변호사로 합류하게 된 권정록은 키스신에 민감해하며 촬영을 방해하는 것도 잠시, “실제 키스하지 않고 스킬을 썼다”는 오진심의 말에 순식간에 마음을 풀어낸다. 깊은 고민과 갈등보다 빨리 이를 풀어내고 더 깊어진 관계로 나아가는 ‘진심이 닿다’만의 방식은 시청자들에게 이들의 사랑을 편한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는 효과를 내고 있다.
특히 오정세는 대사를 자유자재로 자기화시키는 능력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연판사, 연검사 다 좋은데 연변이라 불리기 싫어서 연대표가 됐다”거나 권정록과 오진심이 사귄다는 이야기를 듣고 손으로 불판을 짚으며 “이건 뜨거워서 우는거야”라는 등 예상치 못한 참신한 대사들은 루즈해질 수 있는 흐름을 딱딱 끊어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와 함께 보이지 않는 곳에서 권정록의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자처하며, 로맨스로 가득한 드라마의 중심을 잡기도 한다. 그는 임윤희의 남편 살인사건 당시 가해자로 지목했던 김수명을 구명하겠다는 권정록의 말에 “너는 그냥 재판을 두고 쇼하는 변호사라고 낙인찍히는거라고. 나한테 이러면 안돼”라며 강하게 몰아세운다.
그러나 바로 다음 회차에 “나 너 더이상 다치는꼴 못보겠다. 5년 전에 너 말리지 못해서 얼마나 무너지는지 내 두눈으로 똑똑히 봤으니까. 나 너 이대로 무너지는 꼴 못봐. 그러니까 우리 아무리 힘들어도 같이 헤쳐나가자”라며 소주 한 잔을 나눈다. 코믹해야 할 ‘부분’과 드라마 전체의 ‘이야기’ 모두를 끌어가는 오정세의 탁월한 능력이 발휘된 부분이었다.
작품의 핵심 갈등이 없는 만큼 유쾌한 매력으로 뭉친 조연 배우들은 빈 자리를 각각의 로맨스로 완벽하게 메웠다. 권정록의 친구 김세원(이상우)과 유여름(손성윤)의 재결합, 최윤혁(심형탁)과 단문희(박경혜)의 단짠 연애, 양은지(장소연)와 이두섭(박지환)의 2%만 부족한 고백 등은 ‘오로지 달달한’ 주인공들의 로맨스를 뒷받침했다.
한파가 몰아닥치는 한겨울에 출발해 꽃피는 봄 결실을 맺는 ‘진심이 닿다’는 봄이 오는 과정처럼 시간이 흐를수록 따스해지고 향기가 배어나는 작품이 됐다. 큰 갈등 없이 달달한 로맨스만으로도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도깨비’ 커플의 재결합과 언젠가 다시 만나 이들의 사랑이 이뤄지길 고대했던 팬들의 마음도 충분히 채웠다.
유독 이 작품을 두고 ‘맥주 한 잔 하며 본다’는 이야기가 많다. 그만큼 편하게 볼 수 있다는 뜻이다. 마지막회를 앞둔 가운데 예고편에서는 끝까지 달달함으로 ‘직진’하는 인물들의 모습이 등장했다. 지금까지 그랬듯 편안한 마음으로 로맨스의 마지막 순간을 지켜볼 수 있는 시간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최상진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