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어디서 타야 하나요" 전동킥보드는 달리고 싶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전동킥보드/연합뉴스

“전동킥보드를 알고 나서는 출퇴근 시간이 기다려질 정도에요. 평소에도 개인용 모빌리티에 관심이 많은 편이었는데 제 일상을 확 바꿔놓았습니다” (직장인 A씨)

A씨의 말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요즘 거리 곳곳에 전동킥보드가 눈에 많이 띕니다. 날로 높아지는 인기에 지난해 9월 강남 일대를 시작으로 여의도, 홍대, 판교 등 번화가에서는 공유서비스도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공유서비스 앱만 깔면 손쉽게 탈 수 있는 데다가 가격도 저렴해 이용하는 데 부담이 없습니다. 지난달 기준으로 벌써 4만명이 넘게 가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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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 테크노벨리에서 한 이용자가 공유 서비스를 통해 전동 킥보드를 타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 6만대 정도였던 전동킥보드를 비롯한 개인형 이동수단(퍼스널 모빌리티·Personal Mobility) 상품 시장 규모는 오는 2020년엔 20만대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실제 한 대형마트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관련 상품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00% 이상 늘어났습니다.

공유 서비스를 통해 제공되는 전동 킥보드

일각에선 늘어나는 전동킥보드 사용을 법제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현행법상 전동킥보드는 원동기장치 자전거로 분류돼 2종 원동기장치면허 이상의 운전 면허가 필요하고 차도로 주행해야 합니다. 그러나 25km/h로 속도가 제한되는 등 실정과는 동떨어져 있습니다.


“대체 어디서 타란 말인가요? 도로에 나가면 차량들이 몰아붙이고 위협합니다. 심지어 도로에 나오지 말라며 욕설을 퍼붓습니다. 그런데 자전거도로와 인도를 이용하면 불법이라며 단속을 합니다. 범법자가 아닌 당당한 권리로 자전거도로를 이용하고 싶습니다”

한 전동킥보드 이용자의 하소연은 이런 실태를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이같은 현실을 반영해 최근 정부는 전동킥보드의 자전거 도로 통행을 허용하고 운전 면허에 관련된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가 남습니다. 먼저 전동킥보드 이용자들의 안전 불감증입니다. 전동킥보드 이용자의 헬멧 착용은 의무입니다. 그러나 헬멧을 착용한 이용자를 찾기는 어려운 실정입니다. 이로 인한 사고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전동킥보드 사고 건수는 2014년 단 2건에 불과했으나 2016년 84건, 2018년 233건으로 크게 뛰었습니다. 2018년 9월엔 보행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한 이용자가 헬멧을 쓰지 않은 채 전동 킥보드를 타고 있다.

자동차 중심으로 짜인 현행 도로교통법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자전거나 개인형 이동수단 이용자들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보다 촘촘하고 실질적인 체계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서울시는 자전거로 출퇴근 가능한 도시를 표방하며 종로 등 도심지역까지 자전거 전용 도로 확충을 추진중입니다. 그러나 버스 전용 차로를 제외한 모든 차도를 자동차가 독점한 상황에서 자전거 이용자는 위태로운 운행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차도 위쪽으로 자전거 도로가 보행로와 함께 있는 경우 역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자유로운 운행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보행자 역시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전동킥보드가 자전거 도로를 달릴 수 있게 된다고 하더라도 우려가 남는 이유죠.

종로 도심에서 한 자전거 이용자가 자전거 전용 도로에서 주행하고 있다.

실제로 인도와 자전거도로를 침범하는 전동킥보드가 늘면서 보행자들의 안전사고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20일 국민권익위원회가 내놓은 전동킥보드 관련 민원을 살펴보면 1,292건의 민원 가운데 ‘인도·자전거도로 등에서 운행을 단속해달라’는 내용이 501건(38.8%)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자전거도로의 77.3%는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여서 전동킥보드 등 개인용 이동수단 이용자가 많아지는 만큼 보행자의 불만도 같이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경제성과 편리함을 앞세워 미래의 교통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는 전동 킥보드. 자동차, 보행자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이 절실해 보입니다. /박원희·정선은 인턴기자 whatam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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