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도 5월부터 관내 저소득 대학생에게 연 54만원을 교통비보조금 명목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예산은 전액 구비로 충당한다고 한다. 현금살포는 서울·수도권만이 아닌 전국적인 현상이다. 청년·육아·노년층 지원 등 지급 명목도 가지가지다. 보건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8년도 사회보장제도 신설변경 협의 내용’에 따르면 전국 17개 광역지자체가 신설한 복지사업은 총 930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현금이나 지역화폐를 직접 주는 방식이 67.7%에 이른다. 해당 예산만도 4,300억원이나 된다니 재정 여건이 열악한 지자체가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자체 재정자립도는 지난해 53.4%로 15년 전인 2003년(56.3%)보다 낮다. 강원도를 비롯해 40%도 안 되는 곳도 수두룩해 수시로 중앙정부에 손을 벌리는 처지다. 이런 상황인데도 주민들의 환심을 사는 데 돈을 쏟아붓다가 정말로 필요한 곳에 쓸 예산이 부족하지 않을지 우려된다.
전방위로 확대된 현금복지는 결국 지방재정을 더 악화시킬 뿐이다. 더 큰 걱정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부·지자체 가리지 않고 현금 뿌리기가 기승을 부릴 수 있다는 점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로머 뉴욕대 교수는 27일 강연에서 “생산 없는 현금분배는 인적자원을 파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 말의 의미를 되새기기 바란다. 지금은 선심성 행태를 중단하고 청년 등의 고통을 해결할 수 있는 근본대책 마련에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