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사노위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 공익위원인 이승욱 이화여대 교수가 28일 전체회의에 앞서 취재진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둘러싸고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산하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 소속 공익위원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설전을 벌였다. 협약이 비준되지 못해도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위반은 아니라는 경총의 주장에 공익위원이 엉터리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경총은 그 과정에서 나온 ‘이해 부족’ 발언을 문제 삼으며 경사노위에 조치를 요구했다.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에서 공익위원으로 활동 중인 이승욱 이화여대 교수는 28일 전체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협약의 비준을 미뤄도 EU가 보복조치를 할 수 없을 거라는 주장은 한-EU FTA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고 말했다. 그는 협정문에 비준을 위해 노력할 것을 의무로 표기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무역·통상법 분야로만 보면 (경총의) 해석이 틀리지 않지만 노동 분야를 따지면 EU에서는 이를 법적 구속력이 있다고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경총은 지난 26일 입장문을 내 비준의 무산 자체가 FTA 위반은 아니며 보복조치 우려가 과장되고 선동적 추측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EU와의 FTA 조항에는 ILO 핵심협약의 비준을 위해 노력할 것을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EU는 한-EU 무역협의회가 열리는 다음 달 9일까지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확실한 조치가 나오지 못하면 다음 단계인 전문가 패널 소집을 요청할 것이라고 경고한 상태다. 전문가 패널이 소집되면 한국의 FTA 규정 위반 여부를 본격적으로 따지게 되며 논의 결과에 따라 권고안을 내게 된다. 이 교수는 이 권고안도 법적으로 이행해야 하는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EU가 라트비아와 스리랑카 등 일부 국가에 노동 규정 위반으로 경제 제재를 한 적이 있음을 지적하며 관세 제재가 아니라도 쓸 수 있는 옵션은 다양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EU가 제시한) 시한을 안 지켰을 때 받을 경제적·비경제적 타격이 상당히 있을 것임은 분명하다”며 “직접적 피해는 기업에 가는 게 확실하고 EU에 진출한 현대·기아차 등 수출대기업에 집중적인 피해가 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 마포구 대흥동 경총회관 전경. /서울경제DB
이에 대해 경총은 28일 입장문을 통해 이 교수의 발언에 대해 “경사노위 공익위원으로서 한계를 벗어난 발언”이라며 경사노위에 적절한 조치를 요구했다. 경총은 “이 교수가 진정 한-EU FTA에 따른 보복을 두려워한다면 경영계의 요구사항이 노사정에 즉각 수용돼 비준 절차가 원만히 진행될 수 있도록 협조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경총은 FTA 협정문에는 무역보복조치가 없기 때문에 ILO 핵심협약의 비준이 미뤄져도 보복조치가 불가능하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