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그렇게 어렵다고들 했는데 올 들어 경기부진이 더 심각해졌어요. 주문량이 올봄 한 단계 더 줄어들었습니다.”
식자재 납품 분야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박대섭(47·가명)씨는 내수부진의 골이 최근 더욱 깊어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가을 대형 식당과 급식업체들의 식자재 주문이 확 줄었는데 올해 2~3월 들어 주문량이 더 감소했다는 것이다. 박씨는 “주요 업종 대기업의 실적 악화에 따른 경기 장기부진에다 극심한 미세먼지까지 겹치면서 바닥 소비심리가 더 굳어버린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사업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다. 전망이 어둡다는 것은 사업 의욕 감소로 이어지기에 특히 우려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15일부터 22일까지 3,15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해 28일 발표한 ‘4월 중소기업경기전망조사’에 따르면 업황전망 경기전망지수(SBHI)는 85.7로 전달 조사보다 0.9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5포인트 내려간 수치다. SBHI는 100 이상이면 긍정적으로 응답한 업체가 그렇지 않을 것으로 보는 업체보다 더 많음을 나타내며 100 미만이면 그 반대를 뜻한다. SHBI는 지난해 10월 89.5에서 11월 86.1, 12월 85.4, 1월 80.9, 2월 76.3으로 계속 낮아졌다. 그러다 3월 86.6으로 반등했지만 한 달 만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조사 대상을 제조업과 비제조업으로 나누면 제조업의 경우 전월보다 1.1포인트 하락한 87.6, 비제조업은 전월보다 0.9포인트 하락한 84.7로 나타났다. 제조업에서는 ‘목재 및 나무제품(89.1→77.2)’ ‘가구(87.7→79.9)’ ‘의료용 물질 및 의약품(119.9→105.7)’ 등 13개 업종이 하락했다. 서비스업(86.4→84.6)에서는 ‘교육서비스업(86.1→79.2)’ ‘부동산업 및 임대업(88.1→82.1)’ ‘숙박 및 음식점업(86.7→80.8)’ 등 7개 업종이 하락했다. 전체 산업의 수출 전망은 89.8에서 87.5로 떨어졌다.
3월 경영 애로(복수응답)는 ‘내수부진(61.4%)’을 꼽은 중소기업이 가장 많았다. 3개월 만에 ‘인건비 상승(57.9%)’을 제쳤다. 이어 ‘업체 간 과당경쟁(40.3%)’ ‘원자재 가격 상승(23.1%)’ 순으로 나타났다. 2월 중소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2.4%로 전달보다 0.5%포인트 떨어졌으나 지난해 같은 달보다 0.9%포인트 높아졌다.
중소기업들의 어려운 경영 사정은 다른 통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최근 2019년 1·4분기 외국인 근로자 신청을 받은 결과 9,842명을 신청해 배정 인원 9,996명에 비해 154명이 미달(신청률 98.5%)했다. 불경기와 인건비 인상으로 외국인 노동자도 쓰지 않으려는 중소기업이 늘었다는 뜻이다. 외국인 근로자 신청률은 2014년 102.0%, 2015년 130.1%, 2016년 158.2%, 2017년 229.3%, 2018년 140.2% 등으로 늘 배정 인원보다 신청 인원이 많았다. 분기별로 봤을 때는 2014년 3·4분기(90.9%) 이후 처음으로 미달이 나온 것이다.
소상공인의 2018년 실적과 올해 전망도 어둡기는 마찬가지다. 서울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18년 매출액이 전년보다 줄었다고 답한 소상공인은 57.1%를 차지했다. 거의 변화가 없다고 답한 비율은 37.4%이고, 상승했다는 응답은 5.6%에 불과했다. 서울연구원이 소상공인의 향후 경기 전망을 물은 결과 ‘그저 그럴 것(41.4%)’ ‘대체로 나쁠 것(35.8%)’ ‘매우 나쁠 것(15.5%)’이라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 ‘대체로 좋을 것(6.2%)’ ‘매우 좋을 것(1.2%)’ 등 긍정적인 전망은 10%를 넘지 않는다.
/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