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와 전쟁 중에..."넓은 집 필요해 매입했다"는 김의겸

[재개발 상가건물 매입 일파만파]
金대변인 "나가면 집도 절도 없어
서울 거주자, 靑 관사 제공도
정치권 "부적절 처신" 융단폭격
평화당 "당장 사퇴하는게 정답"
거취문제 제기에 靑 여론 주시

국회 운영위원회·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8일 오후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매입한 서울 동작구 흑석동 건물을 둘러보고 있다./연합뉴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해 흑석동 재개발구역에 있는 25억7,000만원 상당의 상가건물을 사들인 것을 놓고 의혹이 커지자 28일 직접 해명에 나섰으나 정치권을 중심으로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김 대변인은 무주택자로 향후 실거주를 위해 매입한 건물이라고 소명했지만 대출금액이 워낙 큰데다 향후 시세차익을 노리고 건물을 매입한 것 아니냐는 ‘투기 논란’은 되레 증폭되는 양상이다. 무엇보다 ‘대통령의 입’인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해 정부가 부동산 투기와 전쟁을 벌이는 와중에 재개발지역의 건물을 매입한 것은 정부 정책과 역행하는 처신이었다는 비판이 거세다. 여기에 서울 거주자였던 김 대변인이 청와대 관사에 거주하며 이를 지렛대로 건물 매입 자금을 확보한 것 역시 특혜 논란이 일고 있다.

김 대변인은 이날 청와대 브리핑에서 “결혼 이후 30년 가까이 전세로 살았고 지난해 2월부터 청와대 관사에 살고 있다. 나가면 집도 절도 없는 상태”라며 “그래서 집을 사자고 계획을 세웠다. 흑석동은 아주 가까운 친척이 부동산중개업을 하고 있다. 그분이 이번에 제가 산 매물을 살 것을 제안했다”고 밝히면서도 끝내 사과는 하지 않았다.


김 대변인은 또 “그 상가건물을 산 이유는 재개발이 완료되면 아파트와 상가를 받을 수 있다고 알고 있다”면서 “현재 팔순 노모가 혼자서 생활하고 있는데 그동안 제가 전세를 살면서 어머니를 모시기가 쉽지 않아서 어머니를 모실 수 있는 넓은 아파트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가는 제가 청와대에서 나가면 별다른 수익이 없기 때문에 임대료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김 대변인은 ‘투기 논란’과 관련해서는 “(투기는) 이미 집이 있는데 또 사거나, 아니면 시세차익을 노리고 되파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그 둘 다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정부 정책에 역행하는 처신이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앞서 말씀드린 것이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됐다고 생각한다”며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정치권은 ‘부동산 투기’ 의혹을 제기하며 융단폭격을 시작했다. 가뜩이나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부동산 문제가 불거진 가운데 정국은 급속도로 경색되고 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국토투기부 장관’ 후보자에 걸맞은 ‘투기 대변인’이 나타났다”고 비판했다. 홍성문 민주평화당 대변인은 “청와대에 입성하자마자 부동산 투기에 올인한 김 대변인은 당장 사퇴하는 것이 정답”이라며 거취 문제를 거론했다. 박근혜 정부 대변인 출신인 민경욱 한국당 의원은 “대변인 2년을 하면서도 대변인 관사가 있다는 건 꿈에도 몰랐다. 그 돈 아껴서 부동산 투기를 했단 말인가”라고 관사 특혜 논란을 지적했다.

청와대는 김 대변인의 건물 매입과 관련한 의혹이 거세지자 여론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지난해 집값이 서울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급등한 후 9·13대책으로 부동산 시장이 다시 얼어붙으며 서민들의 박탈감이 커지는 가운데 청와대 대변인의 투기 논란이 대통령의 지지율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윤홍우·임지훈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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