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강도높은 부동산 규제로 역전세난이 심각해지는 가운데 소득으로 대출 원리금조차 갚지 못하는 집주인이 13만 3,000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까지 처분해도 빚을 갚지 못하는 경우도 2만 가구에 달했다. 주택시장 침체가 지속되면 이들의 부채상환 능력이 악화되면서 금융기관 부실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은행은 28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최근 금융안정상황을 점검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임대가구의 금융부채 규모는 372조4,000억원으로 가구당 평균 부채는 1억9,000만원으로 집계됐다. 비(非)임대가구 평균 부채(7,000억원)의 3배에 육박한다. 2018년 기준 임대가구 수는 328만 가구로 이들 중 59.5%인 195만 1,000가구가 금융부채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임대가구의 재무건전성이 떨어진다는 데 있다. 임대가구의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이 106%에 달했고 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 비율인(DSR)도 40.8%를 기록했다. 비임대가구 DSR(28.4%)보다 12.4% 포인트 높다. 특히 임대가구 중 DSR이 100%를 넘고 금융부채가 금융자산보다 많은 임대가구가 금융부채를 보유한 임대가구의 6.8%인 약 13만 3,000가구로 추산됐다. 총자산 대비 총부채 비율이 100%를 넘는 임대가구 역시 2만 가구에 달했다. 부동산을 전부 다 매각하더라도 빚 갚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한은 관계자는 “향후 부동산 시장과 임대가구의 재무 상황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기관도 대출 취급 시 차주의 부채상환능력 평가를 보다 엄격히 하는 등 리스크 관리 강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취약차주 부채는 2018년 말 기준 86조 8,000억원으로 전년대비 4조 1,000억원 증가했다. 취약차주는 다중채무자이면서 소득이 하위 30% 또는 신용등급이 7등급~10등급인 차주를 의미한다. 한은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가계부채가 주요국에 비해 이미 높은 수준인데다 거시경제의 안정적 운영을 제약하는 취약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며 “경제여건 악화시 취약차주의 채무 상환에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