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의 주요 자금조달 수단이던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도 사실상 막혔다. 금융감독 당국이 아시아나의 신규 ABS 발행에 대해 “면밀하게 점검할 수밖에 없다”면서 제동을 걸어서인데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전격 퇴진을 결정한 것도 자금조달 악재를 풀겠다는 고육책으로 보인다. 경영권 포기를 전제로 산업은행으로부터 긴급 자금지원을 받아 당장의 유동성 위기를 넘기겠다는 것이다.
28일 금융투자(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아시아나항공의 차입금은 총 1조700억원에 달한다. 차입금의 유형 별로 보면 △장기차입금 2,365억원 △사채 1,080억원 △자산유동화 4,557억원 △금융리스 2,702억원 등이다.
문제는 아시아나항공이 차입금을 정상적으로 상환할 통로가 막혀 있다는 점이다. 부채 비율이 높아 회사채 발행 시장에서 몇 년 전부터 이미 ‘퇴출’당했고 시중 은행들도 기존 여신을 회수하면서 신규 대출을 중단했다. 금융기관 차입금을 보면 △산업은행 1,560억원 △SC제일은행 1,080억원 △수출입은행 720억원 △농협 500억원 △우리은행 120억원 등으로 시중은행의 비중이 낮다.
아시아나항공이 지난 몇 년 동안 ABS나 무보증사채, 전환사채(CB) 등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해온 이유다. 특히 ABS는 전체 차입금(3조4,400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6%에 달할 정도로 높다. ABS는 미래에 발생하는 매출(항공기 운임)을 담보로 유동화 채권을 찍어내 자금을 끌어오는 금융상품이다.
하지만 이번 감사보고서 ‘한정’ 의견 사태를 겪으면서 ABS를 통한 자금조달이 어려워졌다. 당장 금융당국이 아시아나항공의 신규 ABS 발행에 대해 제동을 걸고 나섰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신용도가 낮은 아시아나항공의 ABS는 ‘썩은 사과’와 같은 금융상품”이라며 “아시아나항공 ABS가 일반투자자에게 팔려나가는 과정에서 불완전판매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어 신규 발행에 나설 경우 전 과정을 면밀히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BS는 판매대금 신탁, 유동화 채권 발행 등의 과정을 거쳐 물량을 받아간 증권사들을 통해 개인투자자들에게 판매되기 때문에 고(高)금리만 보고 투자에 나선 개인들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아시아나항공 입장에서는 차입금의 3분의1을 책임졌던 조달 창구가 한 번에 닫히는 셈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올 2·4분기 중 1,000억원 규모의 ABS를 발행해 기존 부채를 상환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이 추진해오던 영구채 발행도 이번 사태를 거치며 중단됐고 또 다른 자금조달 수단인 CB도 현재 주가가 액면가(5,000원)보다 낮아 투자자를 끌어모으기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아시아나는 지난해 1,00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했는데 여기에 투자한 기관들이 감사보고서 사태 이후 추가 담보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박 회장 측이 일단 백기를 든 만큼 산은 등 채권단이 긴급 자금을 투입해 당장 유동성 위기를 넘기고 이후 유상증자, 자회사(에어서울·금호리조트) 매각 등의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며 “아시아나항공 자체를 제3의 주인에게 매각하는 방안도 추진될 수 있다”고 말했다./서일범·조윤희기자 squi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