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D' 평가 엎은 Ryu...'A+' 완벽투

[박찬호 이후 18년 만에...류현진 MLB 개막전 승리]
애리조나전 6이닝 8K 1실점 쾌투
82개 던져 무려 59개 스트라이크
美매체 "개막전 좌완 계승자" 극찬
강정호 2타점...추신수 출전 불발

류현진이 29일(한국시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2019 MLB 시즌 개막전에 선발로 나서 5회초 역투하고 있다. /LA=AFP연합뉴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2·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 82개의 투구로 자신에게 향했던 박한 평가를 화려한 찬사로 바꿔놓았다.

류현진은 2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시즌 개막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삼진 8개를 뽑아내며 4피안타 1실점으로 막았다. 팀이 12대5 대승을 거두면서 류현진은 개막전 승리의 기쁨을 누렸다. 한국인 메이저리거로는 박찬호(2001·2002년)에 이어 두 번째로 MLB 개막전 선발로 나선 그는 18년 만에 영광을 재연했다. 박찬호는 다저스 소속이던 지난 2001년 4월3일 밀워키를 상대로 한 개막전에서 7이닝 7탈삼진 5피안타 무실점으로 역투(1대0 승)해 승리투수가 됐다.


이날 쾌투 전까지 류현진에 대한 현지 매체들의 전망은 밝지 않았다. 지난해까지 8년간 붙박이였던 ‘개막전의 사나이’ 클레이턴 커쇼와 리치 힐이 부상을 입고 워커 뷸러의 시즌 준비가 늦어진 결과로 류현진에게 기회가 돌아갔기 때문이다. 일부 언론은 ‘플랜 D’라고 했고 미국 야후스포츠는 개막전 선발투수 30명 중 19위로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뜻밖의 개막전 선발 기회에서 보란 듯이 완벽한 투구를 펼쳐 ‘빅 게임’ 투수임을 스스로 입증했다. 경기 후 MLB닷컴은 “커쇼와 샌디 쿠팩스 앞에서 류현진이 역대 개막전을 지배한 다저스 좌완 투수의 전통을 이었다”고 극찬했다. 온라인 매체 다저블루는 “류현진이 대체선수 이상의 훌륭한 투수임을 보여줬다”고 썼다.

부상 없이 건강한 류현진의 공은 역시 위력적이었다. 선발 대결을 펼친 애리조나 선발 잭 그레인키는 류현진을 더욱 돋보이게 한 조연 역할을 했다. 통산 187승의 정상급 투수 그레인키는 3.2이닝 동안 홈런 4개 포함, 7피안타로 7실점하며 고개를 떨궜다. 이날 류현진은 82개의 공을 던져 스트라이크 59개를 꽂았고 직구(포심 패스트볼) 최고 시속은 153㎞를 찍었다. 힘 있는 직구 비중을 예년의 30%대에서 47.6%(39개)로 늘린 게 눈에 띄었다. 컷 패스트볼(커터), 커브, 체인지업도 예리했으며 올해 시범경기 다섯 차례 등판에 이어 무사사구 경기 행진을 펼친 것도 고무적이었다.

2회와 3회를 삼자범퇴로 처리하는 등 5회초 2사까지 13타자 연속 범타로 요리했다. 6회초 1사 후 애덤 존스에게 초구 커브를 던졌다가 좌월 솔로 홈런을 내준 게 유일한 흠이었다. 다저스는 역대 메이저리그 개막전 최다인 홈런 여덟 방을 터뜨리며 류현진을 지원했다. 류현진은 “개막전 선발은 전혀 부담이 없었고 캠프를 시작하고 몸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내 몸을 믿고 던진다는 생각으로 나갔다. 제구를 포함해 다 괜찮았다”면서 “(박찬호 선배와의 비교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강정호(32·피츠버그 파이리츠)는 생애 처음으로 MLB 개막전에 선발 출전해 적시타를 때렸다. 신시내티 레즈와의 원정경기에 6번 타자 3루수로 나선 그는 3타수 1안타 2타점 2삼진 1볼넷을 기록했다. 0대1로 뒤진 6회초 2사 1·2루에서 2타점 역전 좌중간 안타를 터뜨렸으나 팀은 3대5로 졌다. 최지만(28·탬파베이 레이스)은 휴스턴과의 홈경기에 2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했지만 4타수 무안타에 그쳤고 추신수(37·텍사스 레인저스)는 11년 만에 개막전에 나서지 못했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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