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가 29일 중국 충칭 광복군 총사령부를 방문해 방명록을 남기고 있다./연합뉴스
“오늘의 대한민국은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대한민국 헌법이 첫 문장에서 선언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대한민국은 임시정부의 군대 광복군이 전개한 독립투쟁의 기반 위에 서 있습니다. 대한민국과 국민은 그 엄연한 역사를 기억합니다”
29일 오전 중국 충칭의 위중구 추용로 37호. 회색 벽돌을 단단하게 쌓아올린 4층 건물 앞에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해 외교부와 국가보훈처 관계자, 여야 국회의원, 독립유공자 후손 등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 곳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광복군의 총사령부 건물로, 엄혹했던 일제 강점기 조국 독립을 위한 무장 투쟁의 심장 역할을 했던 곳이지만 충칭의 급속한 도심 재개발 사업에 밀려 하마터면 흔적도 없이 사라질 뻔 했었다.
가까스로 철거 위기에서 벗어나 이날 복원 기념식까지 하게 된 광복군 총사령부 건물 앞에서 이 총리는 “우리의 선각자들은 중국 상하이에 대한민국임시정부를 수립했다”며 “많은 선조들이 임시정부에서 일하거나, 가산을 쏟아 도우셨고, 지사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격렬하게 싸우셨다”고 강조했다. 이 총리는 “조국독립을 위해 목숨 바쳐 싸우신 선열들을 기리며 추모한다”며 “타국에서 독립에 헌신하신 모든 선조들께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29일 중국 충칭 광복군 총사령부 건물 앞에서 열린 광복군 총사령부 건물 복원 기념식에 참석해 독립유공자 후손 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이 총리는 기념사에서 광복군 총사령부 복원을 도와준 중국과 충칭 지방 정부에도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 총리는 “1940년 9월 광복군 총사령부 창설식에는 훗날 신중국의 초대 총리 저우언라이 선생이 중국 공산당을 대표해 참석했다”며 “오늘 한중 양국이 1940년 광복군 창설과 2019년 광복군 총사령부 복원을 함께 기념하는 것은 한중 양국의 길고도 두터운 유대를 증명한다”고 말했다. 또 “특히 광복군 총사령부 복원에 정성을 다해주신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님, 천민얼 충칭 당서기님과 탕량즈 충칭시장님을 비롯한 지도자들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군 총사령부 건물은 박근혜 정부 시절 한중 양국이 복원에 합의했지만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사태가 터지면서 복원 사업이 멈춰 섰었다. 이후 2017년 12월 문재인 대통령의 충칭 방문을 전격 결심하면서 중국 정부가 다시 복원에 협조하기 시작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29일 중국 충칭 광복군 총사령부 건물 앞에서 열린 광복군 총사령부 건물 복원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 하고 있다./연합뉴스
이 총리는 이번 광복군 총사령부 복원이 한반도 평화를 향한 한 걸음이 되길 바란다는 뜻도 밝혔다. 이 총리는 “상하이에서 시작해 충칭에서 활동을 마치기까지 대한민국임시정부에는 남과 북도, 좌와 우도 따로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총리는 “불행하게도 한반도는 제국주의로부터 해방되자마자 남북으로 분단됐고, 그런 한반도가 이제 분단극복의 장정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위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에 감사드린다”며 “앞으로도 중국이 한반도 평화와 공동번영을 도와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중국 측을 대표해 복원 기념식에 참석한 탕랑즈 충칭시장도 “역사가 한 도시의 뿌리이고 문화는 그 도시의 영혼”이라며 “역사와 문화를 전승하고 복원하는 것은 현재의 자원과 미래의 희망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광복군 총사령부는 1940년 9월 충칭 가릉빈관에서 성립 전례씩을 열었다. 같은 해 11월 시안으로 이동했다가 1942년 10월 다시 충칭으로 돌아왔다.
이날 복원 된 광복군 총사령부 건물은 지상 4층이다. 복원 전엔 음식점, 옷 가게, 창고 등으로 사용되는 등 제대로 된 관리 없이 방치됐었다. 하지만 이번 복원으로 내부는 광복군의 활동 등을 소개하는 공간으로 리모델링 됐다. 국가보훈처는 중국 측과 협의해 조만간 일반에 무료로 이 곳을 공개할 계획이다.
/충칭=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