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래 환경부 장관/연합뉴스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외교부와 환경부의 수장이 중국발 미세먼지 해결에 소극적인 반응을 보여 국민들의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중국발 미세먼지도 있지만 한국발 미세먼지로 인한 중국의 피해도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가운데 최근 조명래 환경부 장관도 ‘중국 환경부도 중국발 미세먼지를 당연히 인정하지만 공식적인 부분은 외교적인 일”이라고 선을 그은 것이다.
앞서 25일 조 장관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미세먼지 대책을 비롯한 향후 환경부의 정책과 관련한 대화를 나누다 “중국 환경부 장관을 만나거나 중국 환경과학원을 방문했을 당시 중국도 우리나라에 가는 미세먼지가 어느 정도인지를 다 분석하고 측정하고 있다”며 “관계자들도 중국발 미세먼지를 당연하게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 앵커는 “환경부 장관과 외교부 장관 말씀 들을 때 다 말도 좀 다른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발언 이후 나머지 질문에 대해 조 장관은 “하지만 이는 외교적인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 앵커가 중국의 인정과 관련해 더욱 자세히 묻자 “비공개이기 때문에 여기서 정확하게 밝힐 것은 아니”라며 “중국의 자료는 우리의 자료와 어느 정도 차이가 있다”고 답했다. 또 김 앵커가 중국발 미세먼지의 기여도에 대해서 묻자 “국외 요인은 중국뿐 아니라 북한·일본까지 포함한 정보”라며 “1월에는 국외 미세먼지 기여도가 80% 를 넘어갔지만 평균 개념이 아닐뿐더러 국내 요인이 더 컸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환경부에서는 국외 기여분을 30~50% 정도로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지난 21일 국회에서 대기오염과 관련한 한·중 협력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계절에 따라 우리 강토에서 발생한 것이 중국으로 날아가기도 한다”는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양국의 대기오염 개선과 관련해 협의하는 공식적 자리에서 중국발이 아닌 ‘한국발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부각함으로써 중국발 미세먼지 문제의 중요도를 희석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강 장관은 “중국발 원인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는 발언도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문제 해결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여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강 장관의 ‘한국발 미세먼지’ 발언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론적으로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박록진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24일 “주된 바람으로 편서풍이 부는 가운데 여름에 주로 부는 동풍이 발생하면 조금은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도 “영향 규모는 매우 적다”고 밝혔다. 동풍으로 한반도의 대기가 중국으로 넘어간다고 해도 여름철 한반도의 ‘청정한’ 대기가 일부 이동하는 것이다.
한편 최근 청와대도 중국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혀 올해 초 적극적 태도와는 사뭇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올해 초 국무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미세먼지를 국정과제로 표현하며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 우려가 크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하지만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범국가 기구 위원장을 맡기로 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8일 “중국에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책임 공방보다는 우리가 할 것을 하면서 협력해가야 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지면서 한국의 미세먼지 관련 ‘소극적 외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신현주 인턴기자 apple260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