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팽한 긴장감을 자아내던 ‘김선희 살인사건’은 서막에 불과했다.
30일 방송된 tvN 토일드라마 ‘자백’이 충격적인 반전으로 본 궤도에 안착했다. 일사부재리 원칙을 활용한 5년 전 살인사건의 자백, 앞선 살인사건의 증거물 확보, 최종 목표가 될 거대 악(惡)의 등장까지 숨가쁜 한시간이었다.
최도현(이준호)과 기춘호(유재명)은 일사부재리 원칙을 이용해 ‘김선희 살인사건’의 용의자 한종구를 무죄로 만들었다. 앞서 무죄 판결받은 ‘양애란 살인사건’의 범인이 자신이라는 것을 자백해 결정적 증거가 다른 ‘김선희 살인사건’의 범인이 그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냈다.
풀려난 그가 다시 죗값을 치르게 만드는 방식도 새로웠다. 한종구의 살인이 처음은 아니었을 거라고 추측한 최도현은 기춘호와 함께 한종구 모친의 집에서 혈흔을 확인하고 경찰에 수색을 요청했다. 결과는 허탕. 무죄판결 직후 최도현은 한종구에게 “집이 곧 철거된다”고 알려 직접 숨겨둔 시신을 꺼내도록 유도했고, 그는 현장에서 다시 검거됐다.
보통의 법정극은 이처럼 복잡한 에피소드를 마치면 한숨 쉬어간다. 로맨스를 넣거나, 코믹한 인물을 배치해 흐름을 끊으며 다음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자백’은 틈을 허용하지 않는다. 몰아치고 또 몰아친다. 이 경우 작품에 등장하는 논리구조가 어긋나거나 비현실적인 힌트가 활용될 경우 시청자들은 바로 등을 돌리게 된다. ‘논리’를 이용한 많은 작품들이 그렇게 무너져 소리없이 종영했다.
이 작품이 무서운 점은 등장인물 하나하나를 적재적소에 이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살해당한 김선희와 한종구가 최도현의 아버지 최필수(최광일)의 ‘차승후 중령 살인사건’ 재판당시 법정에 있었다는 것이 발견된 부분, 다시 변호를 부탁하는 한종구의 “최필수, 당신 아버지. 아니 최필수 준위님이라고 그래야 되나”라는 말 등은 본격적인 사건을 전개하는 신호가 됐다.
‘김선희 살인사건’의 재판 상황을 지켜보던 황비서(최대훈)는 ‘차승후 중령 살인사건’의 목격자인 오택진(송영창)의 비서였다. 도현이 시보 시절을 보낸 로펌의 대표 지창률(유성주)과 ‘김선희 살인사건’이 배당된 북부지검의 부장검사 양인범(김중기)은 아버지 사건의 담당 검사였다. 그리고 기춘호는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담당 경찰이었다.
최도현은 이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
이처럼 완벽한 구조와 숨막히는 전개가 이어지는 작품을 만나면 시청자는 ‘작가의 논리에 끌려다니는 느낌’을 받게 된다. 주인공이 다음에는 어떤 행동을 할지, 무슨 사건이 등장할지, 결국 맞이할 최종 보스는 무엇인지 전혀 예측하지 못한 채 방송시간만 기다릴 수밖에 없다.
많은 시청자들이 ‘비밀의 숲’ 이후 오랜만에 촘촘한 극본을 만났다며 흥미진진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누가 적이고 내편인지 알 수 없는, 아니 그 관계가 계속 바뀌는 구조로 끝까지 진실을 예측할 수 없었던 ‘비밀의 숲’의 그 재미가 재현되고 있다.
아직까지 고작 3화가 방송됐을 뿐이라니. 믿을 수 없다.
/최상진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