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현지시간) 미국을 방문한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워싱턴 인근 덜레스공항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는 11일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톱다운 방식의 협상 동력을 살리기 위한 한미 양국의 움직임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29일(이하 현지시간) “북한은 굉장히 고통받고 있다. 그들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나는 그저 현시점에서 추가적인 제재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 문제를 정상 간 톱다운 방식으로 풀기 위해 김 위원장과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 팜비치의 개인별장인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나는 김정은과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며 “그는 내가 매우 잘 지내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움직임과 맞물려 북미 간의 중재역할을 맡은 문재인 정부의 행보도 분주하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찰스 쿠퍼만 미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과 한미정상회담의 의제를 조율하기 위해 30일(현지시간) 워싱턴 DC를 방문했다. 김 차장은 워싱턴에서 기자들과 만나 “톱다운 방식을 했기 때문에 여기까지 결과가 나지 않았나”라며 “이 상태를 계속 유지해야 하고 톱다운 방식으로 계속 궤도 내에서 대화가 유지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2차장의 행보에 앞서 전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미 워싱터 DC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과 회담을 통해 북미협상 재개를 위한 논의를 중점으로 나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9일(현지시간) 오후 워싱턴D.C.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과 ‘하노이 회담’ 이후 첫 한미외교장관 회담을 하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처럼 ‘강경화-김현종’ 대미 외교·안보라인이 긴박하게 움직이는 것은 당장 비핵화 협상과 관련 김 위원장의 메시지가 임박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 위원장은 한미정상회담 개최 날인 11일 열리는 최고인민회의를 첫 주재하면서 북미 비핵화 협상과 관련 입장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4·27 판문점 선언 1주년을 맞아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는 문 대통령은 포괄적 로드맵 마련을 위해 김 위원장을 설득해야 하는 만큼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 낼 유인책인 제재완화 등의 키를 쥐고 있는 미국과의 조율이 시급했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포괄적 비핵화 로드맵 마련과 ‘스냅백’(snapback·서로가 약속한 합의 사항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원상태로 복구하는 것) 조항을 토대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미 조야에서 ‘일괄타결식 빅딜’을 주장하는 등 회의론이 큰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통해 금강산 관광 및 개성공단 재개 등을 추진하려는 우리 정부의 경협 과속에 대한 단속차원에서 정상회담을 추진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지지기반인 공화당 내에서도 빅딜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언론을 통해 미국이 원하는 북한의 비핵화 모델로 ‘리비아식’이 꾸준히 언급되고 있는 점도 북미 대화 재개를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로이터통신은 30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영변 핵 폐기 플러스 알파’로 북한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핵무기·핵물질·대량살상무기(WMD) 전면폐기와 함께 핵무기 및 핵폭탄 연료 미국 이전이라는 ‘리비아식 모델’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이외에도 지난달 스페인 주재 대사관 습격사건과 관련 미 연방수사국(FBI) 연루 의혹에 대한 북측의 반발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31일 북한 외무성은 “이번 테러 사건에 미 연방수사국과 반공화국 단체 나부랭이들이 관여되어있다는 등 각종 설이 나돌고 있는데 대하여 우리는 주시하고 있다”는 첫 반응을 보이면서 이 사건을 ‘국가 주권에 대한 엄중한 침해’ ‘난폭한 국제법 유린’이라고 비난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