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1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오는 5월1일부터 쓰일 새 연호 ‘레이와(令和)’를 발표하며 묵서를 들어 올리고 있다. /도쿄=AFP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다음달 1일 시작되는 나루히토(59) 새 일왕 시대의 연호를 ‘레이와(令和)’로 결정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1일 임시각의(국무회의)에서 현재 연호인 ‘헤이세이(平成)’의 뒤를 이을 새 연호로 레이와를 채택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 1989년 1월8일부터 30년 넘게 쓰여온 ‘헤이세이’는 나루히토 왕세자가 즉위하는 오는 5월1일 0시를 기해 ‘레이와’로 변경된다.
연호는 군주제 국가에서 임금이 즉위하는 해에 붙이는 이름으로 일본에서는 지금도 일상생활에서 햇수를 나타낼 때 서기와 함께 광범위하게 쓰인다. 입헌군주제인 일본은 일왕의 정치개입을 금지한 헌법에 따라 연호를 정부가 결정한다. 1979년 결정한 기준에 따르면 새 연호는 △일본 국민의 이상에 부합하는 △한문 두 글자로 만들되 △쓰기와 읽기에 쉬워야 하며 △사회에서 널리 쓰이지 않는 단어에 △지금까지 연호나 시호로 사용된 적이 없어야 한다. 영문자 표기 시 머리글자가 이전 연호와 겹치는 한자어도 배제한다.
1일 아베 신조 일본총리가 오는 5월1일 시작되는 나루히토 새 일왕 시대의 연호 ‘레이와(令和)’가 발표된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도쿄=EPA연합뉴스
이번 연호 채택은 일본 정부에 여러 면에서 의미를 지닌다. 우선 그간 일본은 주로 중국 고전에서 연호를 인용해왔지만 이번에는 일본 고전 시가집 ‘만요슈(万葉集)’에서 인용했다. 일본이 서기 7세기에 연호제를 도입한 후 중국이 아닌 일본 고전에서 연호를 인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만요슈는 7~8세기 후반에 걸쳐 존재한 일본 전통시가를 모은 것으로 풍부한 국민 문화와 오랜 전통을 상징하는 국서(國書)”라며 “(여기서 인용한) 레이와에는 ‘사람들이 아름답게 마음을 맞대면 문화가 태어나고 자란다’는 뜻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일본 역사상 왕이 생전에 퇴임하며 연호를 공개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현 아키히토 일왕은 2016년 202년 만에 처음으로 생전퇴위 의사를 발표한 바 있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