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대신 노래방을 잠시 봐주다가 술을 판매한 혐의로 적발된 외국인이 귀화 불허 취소 소송에서 이겼다. 법원은 이같은 사유로 귀화 신청을 거부하는 것이 지나치게 가혹한 처분이라고 봤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김정중 부장판사)는 한국인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중국인 A씨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귀화불허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2015년부터 한국에 거주해 온 A씨는 2017년 7월 중학교 동창의 부탁으로 사흘간 운영을 대신해 준 서울 구로구의 한 노래방에서 술을 판매하다가 적발됐다. 그는 “교통사고를 당한 동창을 위해 잠시 노래방을 봐 준 것으로, 동창이 알려준 대로 술을 팔았다”며 “술을 파는 것이 불법이라는 것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A씨를 기소유예 처분했다.
A씨는 이에 앞서 2016년 특별귀화허가 신청을 해 놓은 상황이었으나, 2년 뒤 법무부가 기소유예 이력을 근거로 ‘품행 미단정’이란 사유로 귀화를 불허하자 소송을 냈다.
국적법은 ‘품행이 단정할 것’, ‘국어 능력과 풍습에 대한 이해 등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기본 소양을 갖출 것’ 등을 조건으로 귀화를 허가할 수 있도록 한다.
재판부는 “급여도 받지 않고 잠시 근무했던 사정과 수사기관 진술 등을 보면 A씨의 행위는 법에 대한 무지나 과실에서 비롯된 것에 가깝다”며 “A씨가 국가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지장이 없는 품성과 행동을 갖추지 못했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 재판부는 “이미 국내에 생활터전을 형성한 A씨는 귀화가 불허된다면 다시 허가를 받을 때까지 강제퇴거 될 위험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며 “귀화 허가 여부를 결정할 법무부의 재량권을 인정하더라도, 이 행위만으로 불허한 것은 지나치게 가혹한 처분”이라고 덧붙였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