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주민 반발에…농어촌公, 태양광 최대 80% 축소

"수질오염·빛 반사 등 부작용"
수상태양광사업 원점 재검토


한국농어촌공사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수상태양광 설치 규모를 최대 80% 이상 줄이는 방안을 검토한다.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에 발맞춰 7조원대의 사업비를 투입하고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졌기 때문이다.

1일 정부와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농어촌공사는 저수지에 설치하는 수상태양광시설 사업 규모를 대폭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농어촌공사 내부에서는 2,948㎿(2022년 누적)에 달했던 발전용량 목표치를 최대 493㎿로 내리는 안을 회람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에너지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다양한 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해당 수치가 거론된 것은 맞다”며 “어떤 안이 나오든 이전보다 상당히 낮은 목표치일 것”이라고 말했다.


농어촌공사는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계획에 맞춰 지난해 4월 전국 저수지에 7조5,000억원을 들여 수상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는 사업계획을 수립했다. 9조원의 부채를 안고 있으면서도 7조원대의 공사채를 발행한다는 계획까지 세웠다. 하지만 수질오염, 빛 반사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특히 최규성 전 농어촌공사 사장이 취임 전 태양광발전 업체 대표를 지냈던 사실까지 밝혀지면서 반대 목소리는 더 커졌다. 결국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12월 ‘2019년 업무보고’를 통해 수상태양광 사업을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농어촌공사는 수상태양광을 저수지 면적 10% 이내에서 깔도록 한 농어촌공사 내부 규정도 다시 도입할 예정이다. 태양광 설비가 수면을 과도하게 덮으면 수중생태계에 피해를 미친다는 우려로 관련 규정을 유지해왔으나 전임 사장 시절 태양광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폐지했던 조항이다. 농어촌공사가 수익을 독식한다는 여론을 반영해 사업 수익금을 지역민과 나눌 수 있는 사업 모델도 준비하고 있다.

원안이 폐기되면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도 다소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2016년 기준 전체 발전량의 7%인 재생에너지 비중을 오는 2030년까지 20%로 늘린다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2030년까지 태양광발전 설비 30.8GW를 추가로 세우는 가운데 농업용 저수지 등 농가에서 10GW의 설비를 구축할 계획이었다.

주민의 반발로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소가 토지 확보에 따른 비용 때문에 지방에 주로 위치하면서 전력연결 문제가 발생한다. 한전까지 전력이 안정적으로 전달되려면 사이사이에 변전소와 송전탑을 설치해야 하는데 모두 혐오시설로 분류돼 주민의 반발을 부를 가능성이 적잖다. 에너지 업계의 한 관계자는 “변전소나 송전탑 설비를 늘리는 데 들어가는 돈도 돈이지만 주민들의 동의를 구하는 게 더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자칫 밀양송전탑 갈등처럼 대형 이슈로 불거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세종=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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