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바이오산업] 분식·계약파기로 뒤숭숭..."K바이오, 지금 시련은 거품보다 성장통"

<이번엔 '인보사' 충격>
삼바·한미약품 이어 인보사 악재로 체면 구겼지만
글로벌 진출·내실 다지기 위해선 옥석가리기 불가피
셀트리온 램시마·위탁 분야 등 해외시장서 승승장구
바이오의약품 법·제도 정비...긴호흡으로 투자해야

코오롱생명과학이 국산 신약 29호이자 세계 네 번째 유전자 치료제로 출시한 ‘인보사’의 성분이 당초 임상시험 계획서와 다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제 막 성장세에 접어든 ‘K바이오’의 위상이 또다시 흔들리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오히려 경쟁력을 갖춘 바이오 기업의 옥석을 가리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겪는 성장통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따라서 K바이오의 성장세와 글로벌 진출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인보사는 지난 2017년 11월 국내에 출시되자마자 환자들의 호평을 받으며 퇴행성관절염 치료제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시술비만 1회당 600만원 안팎에 달하는 고가 의약품임에도 최근까지 누적 투약이 3,400건을 넘어섰다.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은 당시 “15년이라는 시간 끝에 얻은 ‘인보사’는 저의 네 번째 자식과 다름없다고 생각한다”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임상 3상 중 성분 논란이 불거지면서 인보사는 당분간 체면을 구겨야 하는 신세가 됐다.

K바이오의 시련은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부정 논란을 시작으로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 동아에스티와 한미약품은 앞서 글로벌 제약사와 체결한 신약의 기술수출 계약이 파기되는 시련을 맞았고 올해에도 메디톡스(086900) 역시 업계 최초로 국산 보툴리눔톡신의 중국 진출을 예고하고 나섰다.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치료제와 GC녹십자의 면역글로불린제제 또한 올해 미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벌써부터 올해가 글로벌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 국내 기업이 잇따라 진출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경쟁력을 갖춘 기업은 결국 글로벌 시장의 성과로 이어지기 때문에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긴 안목과 호흡으로 K바이오의 경쟁력을 판단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기회에 첨단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관련 법규와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현재 유전자 치료제의 성분에 대한 규정은 식약처는 물론 FDA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보사의 핵심 성분이 코오롱이 당초 제출했던 성분과 다르다는 사실도 검사를 위탁한 외부기관의 분석으로 추후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신약 개발은 다른 산업보다 위험성과 수익성의 간극이 훨씬 크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국산 신약의 역사가 선진국에 비해 짧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에 나타나는 악재는 K바이오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일종의 성장통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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