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의 전세계 매출에서 중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처음으로 30%를 넘어섰다. 지난 2016년부터 미국 시장의 비중은 점차 줄어드는 반면 중국 기업의 수요는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네트워크 장비·스마트폰 부문에서 경쟁을 하고 있는 화웨이가 삼성전자의 최대 고객사 중 하나로 떠올랐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전세계 매출액(별도 재무제표 기준)은 170조 3,81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중국 시장에서 거둬들인 매출은 54조 7,796억원으로 32.1%에 이른다.
중국 매출 비중은 지난 2014년(20.6%) 처음 20%대에 진입한 이후 꾸준히 확대되고 있으며 상승률도 가팔라지고 있다. 지난 2017년 중국 매출은 45억 7,477억원으로 전년(32억 497억원)대비 42.7% 뛰어 올랐으며 지난해 역시 2017년에 비해 19.7% 상승했다.
이에 따라 중국 시장은 지난해 처음으로 미국을 제치고 삼성전자의 최대 시장으로 부상했다. 미국은 지난 2016·2017년 각각 31.8%, 30.2%의 비중을 차지했지만 지난해 처음 27.2%(46조 4,124억원)로 떨어지면서 20%대에 머물렀다.
중국 매출 비중 확대는 미국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중국 IT 산업 발달이 동시에 맞물려 진행된 결과로 보인다. 보호 무역 기조가 강화되면서 미국 시장이 상대적으로 축소된 반면 중국 IT 기업들의 국내 제품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5대 매출처엔 애플 등 기존 주요 업체에 더해 화웨이가 새로운 고객사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5대 매출처는 미국 애플·베스트바이·버라이즌, 독일 도이치텔레콤, 중국 화웨이 5곳이다. 이들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에 달한다. 지난 2017년까지만 하더라도 삼성전자 5대 매출처 중 4곳이 미국 기업(애플·베스트바이·버라이즌·스프린트)이었지만 스프린트를 밀어내고 화웨이가 새로운 고객사가 됐다. 애플이 최근 TV 스트리밍과 뉴스 구독 등을 발표하며 하드웨어에서 서비스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조만간 화웨이가 삼성전자의 최대 고객사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경우 삼성전자로서는 화웨이가 고객사이자 동시에 스마트폰 부문의 경쟁사인 셈이다. 화웨이는 오는 2020년부터 삼성전자를 넘어 전세계 스마트폰 점유율 1위를 차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새로운 스마트폰 폼팩터인 폴더블폰 시장을 놓고도 삼성전자의 ‘갤럭시 폴드’와 화웨이 ‘메이트X’가 경쟁하고 있다.
다만 중국이 ‘중국제조 2025’를 추진하며 첨단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상황에서 중국 매출 비중이 높아지는 것을 경계해야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에선 반도체 등 영역에서 삼성전자가 초격차 기술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화웨이가 스마트폰을 많이 판매할수록 삼성전자도 함께 이익을 보는 구조”라며 “반도체 등 국내 핵심 기술 격차를 계속 유지시켜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권경원기자 nahe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