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어김없이 꽉 막히는 자유로와 강변북로…. 평일 오전 6시50분께 경기도 고양시 원흥동에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사당까지 차를 몰고 가면 한 시간 이상 걸리기가 일쑤다. 거리는 20여㎞ 밖에 되지 않지만 교통체증으로 ‘거북이 걸음’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래 피할 수 없으면 즐기자.’ 여느 때는 그냥 ‘쌩쌩 달리기’를 아예 포기하고 좋아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들으며 ‘느리게 감’을 즐기며 출근한다. 아니면 ‘세 번 갈아타기’를 감수하고 지하철을 이용하거나.
그런데 오늘 만큼은 도무지 ‘지옥철’을 견뎌낼 자신이 없었다. 차는 간밤에 국회 둔치주차장에서 외박(?)을 했다. 큰 마음 먹고 택시를 타고 ‘러시아워’에 자유로와 강변북로를 횡단(?)하겠다는 결심을 했다. 이어폰을 통해 정치 관련 뉴스를 듣다, 졸다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덧 미터기 요금이 2만원에 이르렀다. ‘이쯤이면 국회에 당도할 때가 됐겠지.’ 반쯤 감긴 눈을 다시 부릅떴다. 바로 그때 때 아닌 승강이가 벌어졌다. 국회 경비 경찰과 택시 기사 사이에서 말이다. “실례합니다. 동승하고 계신 분은 국회에 무슨 일로 오셨지요? 기사 분 트렁크 문 좀 열어주세요.” “평생 살다 국회로 들어가며 트렁크 문 열라는 소리는 또 처음 들어보네요. 대통령이라도 오나요?”
2일 오후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등에 반대한다는 뜻을 전하기 위해 국회 본청으로 진입을 시도하던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아침 댓바람부터 국회 정문을 비롯한 출입문 곳곳에서 벌어진 경비를 담당하는 경찰과 택시기사 사이의 승강이는 민주노총의 예고(?)된 시위가 발단이었다. 트렁크 검색은 혹여 시위 도구 등이 실려있지는 않은지 살피기 위한 조치로 추정된다. 이날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 5명은 의원회관 옥상에서 ‘노동개악 분쇄! 노동기본권 쟁취!’라고 적힌 현수막을 늘어뜨렸다. 국회 외곽 2문에서는 조합원 150명 정도가 진입을 시도했다. 본관 후면 안내실 인근에서는 8명의 조합원이 연좌농성을 벌였다. 문재인 정부 들어 민주노총이 국회 로비에서 연좌 농성을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 인해 국회사무처 경비대상황실은 숨 가쁘게 움직였다. 곳곳에서는 결행(?)하려는 민주노총과 막으려는 경비 담당자 간의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비대상황실 관계자는 “현재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어 설명할 시간이 없다”며 “상황이 정리되면 소상히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이 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옥상에서 늘어뜨린 대형 플래카드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시위의 주된 목적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와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저지였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3일 법안소위와 본회의를 열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관련 법안과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법안을 다룰 예정이다. 민주노총은 국회가 이들 법안을 처리하면 총력투쟁을 펼칠 태세다. 민주노총은 민주노총 조합원 1만 여명은 지난달 27일에도 국회 진입을 시도하다 경찰과 충돌한 바 있다. 아무래도 당분간 경비 경찰과 택시 기사의 승강이는 이어질 듯 싶다./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