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루니스호 공해 머물다 귀항...北석유 불법환적에 가담 의혹

VOA "제재 위반 의심 운항 포착"

루니스호의 지난 1년간 항적을 표시한 마린트래픽 지도로, 원 안은 미국 정부가 주요 환적지로 지목한 해역이다. 빨간색은 선박이 멈춘 것이고 노란색은 저속, 녹색은 정상 속도로 운항했음을 나타낸다./ 자료제공=마린트래픽

한국 국적의 선박인 루니스호가 유엔 대북제재를 위반하고 북한과 ‘선박 간 환적’을 했다는 의혹이 미국 언론에서 제기됐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2일(현지시간) 선박의 위치정보를 보여주는 민간 웹사이트 ‘마린트래픽’을 통해 북한과의 불법환적주의보가 내려졌던 선박들의 지난 1년간 움직임을 확인한 결과 이 중 최소 7척의 선박에서 선박 간 환적으로 의심되는 운항기록이 포착됐다.


이번 운항기록을 보면 이 선박들은 대량의 석유를 실은 채 목적지에 가지 않고 미국 정부가 주요 환적지로 지목한 공해상에 머물다 돌아오는 것으로 확인된다. 특히 한국 국적의 루니스호는 ‘북한과의 불법 환적’을 의심케 하는 항해기록이 가장 많았다. 루니스호는 지난달 21일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북한의 불법 해상 환적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을 받아 공개된 선박 리스트에 포함됐다. 마린트래픽에 따르면 루니스호는 지난해 4월11일 한국 여천항을 출발해 다음날 중국 상하이 앞바다에서 약 200㎞ 떨어진 동중국해 공해상에 자리 잡은 뒤 선박자동식별장치(AIS) 신호가 사라졌다가 사흘 뒤인 15일 같은 지점에서 AIS 신호가 포착됐다. AIS 신호는 의도적으로 끄지 않는 이상 먼 거리의 항구로 항해하는 동안에는 포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에도 수차례 루니스호는 이 같은 방식으로 수상한 항해기록을 남겼다. 루니스호가 머문 지점은 미국 재무부가 북한의 주요 불법 해상 환적지로 지정한 곳이다.

백승주 자유한국당 의원이 합동참모본부로부터 받은 대면보고에 따르면 북한 선박의 불법 환적 의심 동향은 2017년 60여건 수준에서 2018년 130여건으로 늘었다. 미국의 대북제재 압박 속에서도 불법 환적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대북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미 정부는 바다를 통한 대북제재 위반 사실을 공개하는 한편 사이버 공격에 대한 위협을 지적하며 대북 압박수위를 높였다.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이날 “북한이 제재의 영향을 체감하면서 국가 주도의 범죄행위에 더 의존하게 될 것”이라며 “북한의 국가 주도 범죄행위에는 사이버 작전이 포함되며 이는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에 자금을 대려는 목적”이라고 밝혔다고 VOA가 보도했다.

한편 외교부는 유엔이 금지한 ‘선박 대 선박’ 이전 방식으로 북한 선박에 석유제품을 불법으로 환적한 혐의를 받고 부산항에 억류 중인 한국 국적 P선박의 처리 방향에 대해 미국과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소식통은 3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한 혐의로 지난해 10월부터 한국 국적 선박 1척의 출항을 보류하고 있다”면서 “억류 6개월이 넘어 이 선박을 어떻게 처리할지 미국 및 유엔 안보리 제재위원회와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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